LG화학·SK이노베이션은 화끈한 '미래주의자', 신용등급 하락해도 배터리 투자에 베팅

이원갑 입력 : 2020.02.11 11:58 ㅣ 수정 : 2020.02.11 11:58

LG화학·SK이노베이션은 '미래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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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용 배터리 설치 개념도 [사진=LG화학 홈페이지 갈무리]

무디스, LG화학 신용등급 ‘투자 부적격’ 그룹으로 격하

 

S&P, SK이노 신용등급 전망 ‘긍정적’→‘부정적’ 조정

 

경쟁사들이 미래가치 위해 현재 리스크 감수하는 흔치 않은 경영 사례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4차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로 지목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화끈한' 미래주의자읭 면모를 보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신용등급과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낮추면서 빚을 끌어다 쓰는 ‘레버리지’ 투자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러나 이들 배터리사는 차입금 증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추가 설비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쟁사들이 일제히 미래의 산업비전을 중시하면서 현재의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영전략을 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난 10일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이노베이션과 화학분야 자회사 SK종합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종전의 ‘BBB’ 등급이 유지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LG화학의 기업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낮췄고 신용등급 전망의 경우 ‘부정적’에서 머물렀다.

 

수협은행의 해외 신용평가사 장기신용등급체계 자료에 따르면 S&P 신용등급 BBB와 무디스 신용등급 Baa1은 모두 신용 안정성이 평균 이하임을 뜻하며 투자적격등급 중에서는 가장 낮은 등급군에 속한다. 경제 상황에 따라 위험성은 바뀐다. LG화학의 이전 등급 A3는 신용 안정성이 보통 수준임을 뜻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금융권의 ‘돈 떼일 걱정’은 양사가 돈을 적게 버는데도 돈을 많이 쓰는 상황에서 비롯됐다.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아 현금 유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적은 가운데 추가 차입금을 늘려서 배터리 설비 투자를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자동차용 배터리 셀 모습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평가사들은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 상승과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다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점이 문제다. 2019년 매출 비중에서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은 54.31%,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은 71.81%를 차지했으나 배터리 사업은 각각 29.17%, 2.52%를 점유했다.

 

이와 관련, S&P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정유와 석유화학 시장의 높은 불확실성에도 올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전기차 배터리 설비 증설에 나섰다"며 "앞으로 2년 동안 차입금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견을 냈다.

 

무디스도 “석유화학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의 지속적인 약세 및 높은 수준의 설비투자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배터리 사업 관련 대규모 설비투자 등으로 인해 LG화학의 조정 전 차입금이 작년 말 약 8조4000억원으로 2018년 말의 약 5조3000억원보다 증가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이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당시 공개한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은 11조 13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9%(8조 137억원) 늘었다. LG화학은 지난 3일 실적발표 때 차입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5일 미국 GM글로벌테크센터에서 메리 바라(Mary Barra) GM 회장과 합작법인 계약 체결 후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LG화학]

배터리 3사, 해외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 계속

 

차입금을 늘리며 ‘영혼까지 끌어모은’ 시설 투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해 미국 등 해외 공장을 추가로 지을 예정이고 삼성SDI는 국내에 소재 생산시설에 대한 합작 투자를 벌일 예정이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5일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GM과 10억달러(1조 1848억원)씩 합작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먼저 본사가 현지법인 주식 9억 1600만달러(한화 약 1조 853억원)어치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출자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자 박람회 ‘CES2020’ 현장에서 김준 총괄사장 등 주요 경영진들이 직접 미국 배터리 공장을 하나 더 짓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착공한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 이어 향후 제2공장을 세우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부터 건설 중인 헝가리 제2공장도 확장할 방침이다.

 

한편 삼성SDI는 10일 경북 포항에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새로 짓기 위한 투자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에 양극재를 대는 중견 하청업체 '에코프로비엠'과 도합 1200억원을 출자해 합작법인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한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약 1조 2000억원 규모의 헝가리 신공장 설립 계획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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