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패러다임 전환]② 테슬라 추월한 현대차 코나 EV 글로벌 성장률, 전기차부품 기술 독립이 숙제

이원갑 입력 : 2020.02.11 06:39 ㅣ 수정 : 2020.02.17 22:17

테슬라 추월한 코나 EV 글로벌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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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코나 EV’ [사진 제공=현대자동차]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 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정의선의 '전기차 드라이브', 4년만에 전기차 시장 톱 10안에 진입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2016년 당시 걸음마 단계였던 현대자동차의 전기차가 불과 4년 만에 ‘코나 EV’를 앞세워 지난해 세계 전기차 시장 10위권 내에 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기모터나 차량용 배터리 내부 소재 등 핵심 부품들이 해외 기업들의 손아귀에 있는 점이 다음 숙제로 남아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에서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라며 “우선 전동화 시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하기 위해 전용 플랫폼 개발과 핵심 PE부품의 경쟁력 강화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하여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12월 4일 발표한 '2025 전략'에서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및 디바이스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전기 동력 차량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총 61조 1000억원을 투자하고 내년에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전기차 모델도 내놓는 계획이다.

 

▲ [표=뉴스투데이 이원갑, 자료=SNE리서치]

▶시장 현주소◀ 현대차, 지난해 전기차 판매 세계 6위…‘코나 EV’는 9위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54.3%로 글로벌 1위, 테슬라 성장률 추월

지난 6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세계 76개국에서 2019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현대자동차가 올해 6위(6만 4000대)로 지난해 17위에서 11계단 올라섰다고 밝혔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8%에서 1.0%p 오른 2.8%를 기록했다. 1위는 미국의 테슬라(16%), 2위와 3위는 각각 중국의 BYD(8.6%), 독일의 BMW(6.0%)에게 돌아갔다.

 

특히 현대차 전기차의 판매 증가율은 ‘톱10’ 중 가장 높은 54.3%로 테슬라(47.4%)와 중국의 지리(47.7%)보다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2위 BYD, 4위 BAIC 등 중국 기업들의 판매는 각각 21.0%, 25.8% 줄었다. 이와 관련 SNE리서치는 유럽을 중심으로 코나 EV의 판매가 2.7배 급증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코나 EV의 전체 수출 대수는 2019년 하반기 1만 8364대로 전년 대비 75.93%(7926대) 증가했다. 지난 2일 전기차 매체 ‘인사이드 EV’의 순수전기차 차종별 연간 집계에서도 코나 EV는 연간 판매량 4만 4386대를 기록하며 세계 9위에 올랐다. 1위는 30만 75대를 판매한 테슬라의 ‘모델 3’다.

 

지난 2016년 전기차 ‘아이오닉’을 내놓았을 당시 비실용적으로 짧은 주행거리와 언덕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결함 등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때로부터 불과 4년 만에 ‘괄목상대’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 [표=뉴스투데이 이원갑]

▶강점◀ 제네시스 신차 GV70 등 프리미엄 시장성 선전할수록 전동화 ‘총알’ 확보

 

올해 현대차가 전면에 내세운 차는 ‘돈 되는 차’ 제네시스 시리즈다. 같은 제조라인에서도 더 높은 단가의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수요이 침체돼도 프리미엄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노렸다. 현대차가 프리미엄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단순한 영업이익을 높이는 문제이다. 전기차 연구개발(R&D)및 생산시설 확충과 직결돼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번 돈을 전기차 등의 미래차산업에 쏟아붓겠다는 게 정 부회장의 구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전할수록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재원 확보가 용이해지는 구조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첫 신차로 지난달 15일 SUV 모델 GV80가 나왔고 세단 G80의 새 모델과 또 다른 SUV 모델 GV70가 출시 예정이다.

 

지난 1월 22일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용우 제네시스 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11만 6000대의 제네시스를 팔겠다면서 “GV80과 GV70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전용 거점 구축과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2020년 상반기 신차 출시로 예상 이상의 인센티브 하락, 믹스 개선, 볼륨 증가 및 환율 효과로 매출액 눈높이가 상향될 것”이라며 “하반기는 주요 볼륨 신차의 확대 출시로 원가율 하락에 따른 차별화된 이익 회복을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올해 아반떼 7세대, 투싼 4세대,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쏘나타 미국 모델 등의 출시와 더불어 팰리세이드의 증산도 앞두고 있어 회사의 전동화 전환을 위한 투자금을 모으는 데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약점▶ ‘대전환’은 대기업 얘기…하청업체 전기차 부품 ‘아직’

 

현대모비스, 현대 위아 등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한 중소기업의 부품 경쟁력 취약

문제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은행, IBK기업은행등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영세 중소기업군으로 이뤄진 자동차부품 하청업체들은 전기차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7월에서야 울산에 전기차 부품 전용 공장을 신설하기로 하고 자체 개발한 ’E-GMP‘ 플랫폼(전기차 뼈대)을 생산하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모비스가 플랫폼 자급화를 이룬다 해도 여전히 전기차용 부품의 종류는 7000여가지에 달한다.

실제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지난 2018년 9월 산업동향보고서에서 “자동차 부품은 종류가 다양하고 부품별로 제조공정 및 기술수준 또한 상이하며 다수의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형성”됐다며 “2017년 기준 (자동차 부품업계) 중소기업은 기업수로는 71%, 납품액으로는 16%를 차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부품업계 중소기업들 중에서 전기차 부품을 만들 기업은 상대적으로 소수에 속한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 로드맵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동차부품 생산기업 9022곳 중 전자장비(전장)부품 생산 기업 비중은 불과 4.4%다. 전기차 부품 중 전장부품은 약 70%를 차지한다.

이와 관련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지난 2018년 3월 보고서 ‘한국 자동차부품산업의 경쟁력분석과 대응방안’에서 우리나라 자동차부품 업계의 위기 요인과 관련해 취약한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대기업 계열사를 뺀 나머지 하청업체 그룹이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산업 특성상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위주로 형성되어 다수 기업이 독자적인 기술 및 자본 축적이 미흡”하다며 “전기차의 모터 및 인버터, 자율주행차의 센서 등 주요 핵심부품은 해외 부품사와 기술격차가 커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기술했다.

상황은 지난해 들어서도 마찬가치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는 지난해 8월 보고서 ‘대구경북지역 자동차부품 산업 경쟁력 평가 및 발전 방안’에서 전기차 시대 부품 공급에 적합하지 못한 부품업계의 상황을 지적했다. 대구-경북 지역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해 10월 집계 기준 19.69%(1776개)의 부품기업이 위치해 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대구경북지역의 2, 3차 협력업체는 소규모 영세 기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내연기관차 부품 생산에 특화된 지역 자동차부품 업계가 향후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기술이 요구되는 미래차 부문에서 높은 기술수준의 차별화된 부품을 생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지역의 향후 전망은 밝게 보면서 “미래차 산업의 밸류체인에서 소재/가공 분야는 지역 업체의 약 40% 정도가 전장분야에 특화돼 있고 전자분야도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자동차융합부품 산업의 수요와 성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 정부의 정책적 과제='기술 국산화 생태계' 조성해 '전기차 독립' 뒷받침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시대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절실한 것으로 지적된다. 미래차 시장은 기업의 능력만으로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정부의 몫에 가깝다. 기술 국산화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예컨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국내 완성차 업계는 가동 중단 사태에 처했다. 중국 정부의 춘제(春節) 연장 조치로 필수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 등 중국산 수입품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전기차 부품의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같은 사태가 언제든 또 다시 일어나지 말란 보장이 없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일 ‘시장자립형 3세대 xEV산업육성사업’을 공고했다. 오는 2025년까지 총 3856억원의 예산을 중소-중견 자동차부품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에너지 저장 및 충전 ▲파워트레인 ▲열관리 체계 ▲연료전지 기술 등 주요 기술개발 과제들을 내걸었다.

xEV란 순수전기차(BEV), 수소차 등 연료전지차(FCEV), 전기와 가솔린 등을 동시에 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을 통틀어 일컫는다. 이들 차량이 지금까지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충전주행거리와 주행 효율, 충전시간, 안전성 등을 높이는 게 목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 로드맵에서는 4.4%인 전장부품 기업 비중을 오는 2030년 23%까지 높이고 부품기업의 미래차 시설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던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는 투자 지원을, 중소벤처기업부가 관련 규제 완화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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