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56) 첨단 과학과 원시적 활동이 병존하는 ‘창끝 강화훈련’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2.06 17:58 ㅣ 수정 : 2020.02.24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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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상단 드론을 운용하며 정찰하는 과학된 훈련, 좌하단 태권도 훈련 모습과 우측 당시 창끝 전투력 강화에 집중했던 육군참모총장 정호용장군 [사진자료=국방부/동영상캡쳐]
당시 정호용 육군참모총장 은 '창끝 전투력'의 지휘자인 분대장 정예화에 주력

 

전술토의, 지식/지휘능력을 배양 등 간부교육 강화로 창군이래 가장 높은 전투력 보유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필자가 중대장 근무시 육군참모총장은 정호용 대장(육사11기)이었다. 정총장은 ‘전쟁시를 대비하여 창끝 전투력 강화’를 강조했다.

 

창끝 전투력의 핵심인 소대장과 분대장들의 전투의지가 상실되고 훈련이 안되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장비와 많은 병력이 있더라도 그 부대는 일거에 와해된다.

 

좋은 사례가 있다. 6.25남침전쟁중인 ‘51년 4월 사창리 전투에서 6사단은 중공군의 포위전술에 겁을 먹고 창끝 부대 분대장, 소대장들의 전선 이탈이 확산되어 결국 치욕스런 패배를 맛보았다.

 

따라서 정총장은 창끝 전투력의 지휘자인 분대장을 정예화시키는데 주력했다.

 

신병교육대에서 똑똑하고 체력이 좋은 신병에게 꼬리표를 붙여 자대 배치했다. 그 신병을 받은 중대장은 면밀히 관찰하여 골목대장감이라고 판단되면 조기 진급을 시킨다. 그가 상병이 되면 사단 분대장교육대에 입소시켜 교육 후 하사 계급장을 달아 분대장으로 1년~6개월을 운용하는 제도이다.

 

지금은 지상군사령부가 용인에 창설되어 단일 지휘체제이나 당시에는 전방을 1,3군사령부가 동서로 나누어 지휘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험한 산악지역이 많은 동부의 1군 사령부는 신교리와 과학화 된 장비가 서부의 3군 보다는 다소 늦게 전파되는 실정이었다.

 

필자는 ‘분대장 정예화’지시를 완수하기 위해 골목대장 분대장 시스템을 먼저 운용하는 3군 예하인 인접 8사단으로 자료수집 및 견학을 갔다. 그쪽에서 중대장근무를 하는 동기생을 만나 자료를 수집해서 대대장에게 보고하고 운용할 준비를 했다.

 

역시 창조적 일을 할 때에는 벤치마킹 후 좀더 새로운 것을 가미해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8사단 시스템을 참고로 먼저 현재원 중에 후보로 가능한 병사들을 선발해 관리를 시작했고 간단한 운용판을 만들어 각 소대 현재 분대장들의 전역 시기를 고려해 사전에 후보들을 조기 진급시켜 분대장교육대로 보내는 현황을 한눈에 확인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총장이 강조한 시스템은 성공적이었다. 골목대장형 분대장들은 체력, 훈련, 지휘 능력에서 탁월했고 심지어 소대장 보다도 더 많이 알고 숙달되어 병사들 교육도 일부 소대장들 보다 더 잘했다. 따라서 골목대장형 분대장들은 각종 훈련, 검열 및 평가시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대대별로 간부교육이 강화되어 소대장과 참모들은 대대 교육상황실에 모여 전술토의 및 작전을 수행하는 지식과 지휘 능력을 배양했다.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러한 시스템의 육군은 창군이래 가장 수준 높은 전투력을 보유한 시기였다.

 

하지만 역작용은 어디에나 있는 법, 기존의 고참 병사 보다도 먼저 진급하고 교육 후 하사로 복귀한 분대장들은 탁월했지만 군대의 고참 서열의 벽이 문제였다. 분대장 보다도 현재 자기 분대원인 병장이 군생활을 더 많이 했고 먼저 전역했기에 고참 병장의 견제가 분대 지휘의 걸림돌이 되어 항상 갈등이 야기되었다.

 

첨단 과학 시스템과 태고의 원시적 활동이 병행되어야 전장에서 승리

 

효과적 분대장관리와 태권도 유단자화로 전반기 교육훈련 우수중대표창 받아

 

각고의 노력 끝에 받은 태권도 유단증은 제대병에게 주는 중대장의 전역 선물

 

간부교육이 강화되고 골목대장형 분대장들이 정예화 되자 창끝 전투력은 강해졌고 각개병사들도 개인훈련 만 잘하면 군생활에 걱정이 없었다. 헌데 헛고생하는 교육훈련이 일부 발견되었다.

 

야간 전투를 위해 안면 위장을 하고 정숙보행 연습을 했으나 첨단 과학화된 야간 투시경과 열상 장비가 개발되어 운용하자 그대로 노출되어 그동안의 야간훈련이 무색하게 되었다. 하물며 중대장 당시에 생각도 못했던 드론이 개발되어 적지역의 정보를 쉽게 수집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그래도 전투가 지속되어 악조건이 되면 가장 원시적인 상황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훈련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최악의 육박전에 대비한 체력과 격투기술이 반드시 필요했다. 게다가 기존 훈련으로는 필자가 무엇인가가 부족하고 배가 고픈 느낌이 들었다. 중대원들이 군생활 동안 무언가 얻어 가야하는 데,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중대에 골목대장형 분대장 중에 학창시절 태권도 선수가 있었다. 그를 활용하여 전 중대원들에게 육박전에 대비한 체력과 격투기술도 숙달하고, 제대할 때 태권도 유단증을 선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중대원들은 시간만 있으면 태권도 연습을 강화하도록 강요했다.

 

심지어 비유단자는 훈련 및 작업간 휴식 시간도 쉬지 못하고 발차기 품세 연습을 하도록 독려했다. 개인적 결함이 있는 병사들은 해당 분대장이 개인 지도를 했고 분대장 선발시에도 유단자를 우선했다. 태양분대 선발로 분대원 전원이 유단자가 될 때에는 포상휴가 등 혜택의 우선권을 부여했다.

 

결국 중대는 연대에서 가장 유단자가 많은 중대로 선정되어 전반기 태권도 우수중대 표창을 받았다. 또한 분대장 관리도 우수로 평가를 받아 전반기 교육훈련 우수표창까지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보람 있었던 것은 제대병들이 그렇게 귀찮아 했던 태권도 훈련이었지만 제대 신고할 때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태권도 유단증’이었고 그것은 그동안 필자의 피로를 날려버렸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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