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7일 생일 맞는 한화 김승연 회장, 오너경영 40년 ‘최장수’

정승원 기자 입력 : 2020.02.06 07:02 ㅣ 수정 : 2020.02.24 12:25

한화 김승연 회장의 뜻깊은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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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오세은 기자] 7일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사진)의 69세 생일이다. 올해 김 회장의 생일이 뜻깊은 것은 1981년 한화 창업주인 선친 김종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29세에 한화그룹 경영을 맡은지 4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95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난 김승연 회장은 서울 장충초등학교를 나와 경기고를 다니던 중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김 회장의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 박근혜 전 대통령(52년 2월2일생)과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51년 11월생)이다.

 

한화그룹은 자산규모 65조원, 계열사가 75개에 달하는 재계순위 7위의 대기업이다. 한국 재계 역사상 4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그룹 회장을 맡아 대기업을 경영한 인물은 없었다. 김승연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롱런한 오너경영인이다.

 

박근혜 정몽준과 장충초등 동기동창...“생일 이벤트 없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김승연 회장의 생일이면 매년 전직원들에게 떡과 선물을 돌렸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에는 “떡을 돌리는 등 별도의 이벤트는 없다”고 한화 관계자가 말했다.

 

김승연 회장은 활발한 성격과 달리 최근 몇 년간 외부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장남 김동관 부사장의 결혼식이 있었지만 유럽의 모처에서 ‘조용하게’ 치러지는 바람에 사진 한장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화 관계자는 “회장님은 주로 국내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오늘날 한화그룹은 전자분야를 빼고는 하지 않는 사업이 없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사업인 태양광, 그리고 화학 금융 건설 유통 서비스·레저에 가업(家業)인 방위산업까지 전 산업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1981년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 뛰어 들었을 때 한화그룹은 자산규모 7000억 원, 매출 1조 원 남짓했고, 임직원 수 도 1만여명의 ‘단촐한’ 회사였다. 그러나 2018년 그룹 매출은 48조 7000억으로 지난 40년간 50배가 넘는 폭발적으로 성장해 재계순위 7위의 대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한화그룹 경영 40년째…외형 50배 이상 폭발적 성장

 

김 회장에게 붙여진 별명은 ‘의리왕’이다. 선친인 고 김종희 회장은 생전에 “남자는 술도 좀 마시고, 담배도 피워 보며 단맛 쓴맛 다 맛봐야 한다.”라며 “나중에 훌륭한 인물이 되려면 쓸 데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며 호연지기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처럼 호탕하고 의리를 중시하는 김승연 회장의 스타일은 ‘가풍(家風)’인 것이다.

 

김승연 회장이 ‘의리왕’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수 없이 많다. 2003년 6월 한화 이글스의 투수였던 진정필 선수가 백혈병으로 사망하자 치료비와 장례비까지 지원했다. 2011년 9월 한화 이글스 2군 감독으로 있던 한국 야구 ‘레전드’ 최동원이 별세했을 때도 치료비 지원은 물론, 그룹 차원에서 장례식을 치렀다.

 

천안함 피격사건 때는 유가족을 한화그룹 계열사에 우선 채용하기도 했다. 2014년 한화건설의 이라크 공사현장을 방문하면서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광어회 600인분을 비행기로 공수하는 등 직원들에게 ‘통큰 선심’을 아끼지 않았다.

 

경향신문을 인수해 무려 5000억 원을 지원하고 어느날 기자들이 자주 가는 회사앞 맥주집에 들러 외상값 전부를 갚아준 일화도 유명하다.

 

‘의리’, ‘단합’ 강조…승계에 세 아들 모두 배려?

 

김승연 회장은 1993년, 2007년, 2012년 세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고 세 번 모두 구속됐다. 1993년 횡령사건은 ‘6공 실세’ 박철언 전 장관을 지원했던 것에 대한 김영삼 정부의 ‘정치보복’ 성격이 강했다.

 

이후 2007년 3월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에 대한 ‘보복폭행’, 2012년 8월 차명회사 불법지원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집행유예와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세번의 검찰 수사와 구속 중 앞의 두 건은 ‘의리’와 관련이 깊다. 특히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에게 직접 ‘응징’한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은 김 회장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 주었다.

 

한화그룹은 현재 장남인 김동관 회장을 중심으로 3세 승계가 진행 중이다. 주목되는 것은 자신의 승계 과정과 달리 세 아들을 모두 배려할 조짐을 보이는 점이다. 이와관련, 김 회장의 3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 팀장(30)이 최근 독일 생활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승마선수 출신인 김 전 팀장은 2014년 한화건설 해외토건사업본부 과장으로 재직하며 경영수업을 쌓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을 맡았지만, 2017년 술자리에서 두 번의 폭행 사건을 일으킨 뒤 독일로 떠나 음식점을 경영했다.

 

김동선 전 팀장은 지난해 말 독일 벡베르크(Wegberg)에 있는 자신의 종마 목장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한화 관계자는 “독일 종마목장의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음식점은 정리하지 않았다”며 “경영승계와 연결시켜 보는 것에 대한 그룹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한화의 후계구도와 관련, 그룹 안팎에서는 김동관 부사장이 주력사업을 비롯한 그룹 전체를 총괄하고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34)가 금융부문을 맡고 3남인 김동선 전 팀장이 유통 레저부문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승연 회장은 과거 자신으로의 한화그룹 몰아주기 승계 과정에서 동생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 등 가족들과 큰 불화를 겪은 바 있다. 의리와 단합을 강조해온 김 회장이 자식들에게는 자신처럼 아픈 가족사를 물려주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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