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의 딜레마]①정부가 금지한 국책은행 '희망퇴직금', 사회적 공감 얻어야 '빅딜' 가능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2.01 06:10 ㅣ 수정 : 2020.02.01 06:10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딜레마]① 국책은행 '희망퇴직금'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오른쪽에서 네 번째)이 29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노조집행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낙하산 인사’ 주장을 펴던 노조와 극적인 합의를 하면서 지난달 29일 취임식을 갖고 업무에 돌입했으나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희망퇴직’ 조기 해결과 ‘직무급제 도입’ 반대라는 노조 요구사항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희망퇴직은 하고 직무급제는 하지 말자는 게 핵심이다. 이는 기업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은행권 전체가 안고 있는 과제이다. <편집자 주>


 

윤 행장이 약속한 희망퇴직 활성화, 정부 동의가 전제조건

 

시중은행 퇴직자가 국책은행 퇴직자보다 6배 더 받아

 

KDB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등 모든 국책은행의 딜레마

 

[뉴스투데이=변혜진]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지난달 28일 노동조합 측에 '희망퇴직 활성화' 의지를 밝혔으나 이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기업은행에 쌓아둔 돈이 충분하다고 해도 마음대로 희망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다.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을 포함한 모든 국책은행은 최근 3년 동안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책은행 희망퇴직은 2016년 기업은행(191명)이 마지막이다.

 

이에 비해 시중은행 6곳의 지난해 희망퇴직 신청자 수는 약 1200여 명에 육박한다. 프라이드가 강한 국책은행 직원들로서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올만한 정황이다.

 

▲ 2019년 시중은행 희망퇴직 현황 [표=뉴스투데이]

국책은행에서 희망퇴직이 어려운 이유는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적은 퇴직금을 받게되는 구조 때문이다. 국책은행의 인건비 예산은 노사 간 합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자원관리를 맡는 금융위원회와 예산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에서 담당한다.

 

국책은행은 감사원의 감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감사결과에 따라 시정을 요구받으며 심한 경우 과태료를 부담하거나 사법기관에 제소될 수 있다. 실제로 감사원은 2014년 기업은행이 준정년퇴직자 및 희망퇴직자에 대한 특별퇴직금을 과다지급했다고 통보한 바 있다.

 

시중은행 희망퇴직자들이 최대 36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받는 것과 다르게, 국책은행 퇴직자들은 임금피크제로 받을 수 있는 급여의 45%이내만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책은행의 퇴직금 상한선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봉 1억원의 시중은행 희망퇴직자는 퇴직금 약3억원에, 자녀학자금 지원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같은 상황에서 국책은행의 희망퇴직자는 최대 4500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 시중은행 퇴직자가 무려 6배 넘게 많이 받는다.

 

임금피크제 10명 중 1명 현업에서 배제...희망퇴직 주장의 근거

 

국책은행 직원들은 임금피크제로 일을 해서 정년까지 삭감된 임금을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로 일하는 10명 중 1명은 현업에서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나머지 직원들의 업무부담이 높아질 뿐 아니라 신규채용 역시 어렵게 되면서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도 동떨어진 것이다.

 

국책은행 퇴직 활성화 문제해결을 위해 노사정 간 대화의 채널은 마련돼있다. 2018년에 이어 지난해 11월28일 기업·산업·수출입은행 3개 국책은행장과 노조위원장,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정부 관계자들이 노사정 간담회를 열어 퇴직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그러나 문제해결에 대한 공감 확인에 그친 채 실질적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 "기업은행은 시중은행 성격 짙어, 자체 재원 충분"

 

국책은행 희망퇴직과 청년채용 '빅딜', 사회적 공감대 선행돼야

 

기획재정부가 문제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자체 재원이 부족한 여타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공공기관의 퇴직자들에게만 높은 퇴직금을 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책은행 중에서도 기업은행은 시중은행 성격이 짙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비교를 안할 수 없다"며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인력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기업이 수익을 경신하고 있고, 자체 재원이 충분한 상황에서 다른 340여개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때문에 퇴직금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기업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수준'의 퇴직금이 마련돼야 희망퇴직자 수가 늘고, 신규인력 고용의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국책은행의 희망퇴직 활성화 문제는 윤 행장의 약속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 간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 행장의 희망퇴직 해결 약속에 대해 "노사합의를 한 부분일 뿐, 여타 국책은행과의 실무진 레벨에서의 논의나 정부와의 합의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마련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결국 윤 행장이 약속한대로 국책은행에서 희망퇴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하는 수밖에 없다. 베이비부머의 퇴직과 청년채용이라는 '빅딜'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다면 수년 간 지속되온 정부의 국책은행 희망퇴직 금지 방침은 변화의 물살을 탈지도 모른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