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전자 사업부간 연봉 서열 뒤바뀌어
연봉에 막대한 영향 끼치는 성과급 제도 탓
1월 31일 OPI 지급, 연봉의 50%받는 곳 한 곳도 없어
[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올해 삼성전자 사업부 별 연봉 서열이 뒤바뀌었다. 초과이익성과급(OPI. 옛 PS) 서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연봉은 기본급, 수당, 성과급 등을 합친 금액이다.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900만원이다. 남성직원 평균은 1억2800만원, 여성직원 평균은 9300만원이다. 삼성전자 연봉이 이처럼 높은 것은 수많은 고액 연봉 임원까지 포함한 평균치와 높은 비율의 OPI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OPI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두 가지 성과급 중 하나로서, 소속 사업부의 1년 실적이 연초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이익의 20% 범위내에서 최대로 연봉의 50%까지 지급한다. 통상적으로 연초에 확정되며 올해 삼성전자는 1월 31일에 OPI를 지급했다.
지난 30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230조4009억원 영업이익 27조768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각각 전년대비 5.48%, 52.84%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의 경우 D램 가격이 하락해 실적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악화, 미·중 무역 갈등, 반도체 단가 하락 등 여러 악재를 겪은 게 각 사업부 실적 하락을 낳았고 그 결과 OPI가 줄어들었다. 연봉의 50%를 받는 사업부가 한 곳도 없다.
4년 간 50% 받던 DS부문, 올해 29%로 급락
한 직원 블라인드 앱서 "성과급 반토막 나 우울"
최근 5년 동안 50% OPI가 실종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특히 명실상부한 OPI 강자로 군림했던 사업부들이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먼저,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2015년 이후 4년 간 50%의 OPI를 수령했지만 올해는 29%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DS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4조5700억원 보다 30조 이상 줄어든 14조2600억원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한 직원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커뮤니티 어플 블라인드에 "성과급이 작년에 비해 반토막나서 굉장히 우울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한 다른 이는 "29%의 산출 이유가 영업이익 미달성의 문제인지 아님 설정 목표치 자체가 높은 것인지"라며 의아함을 표현했다.
네트워크사업부, 기존 강자 DS부문과 무선사업부 제치고 OPI 1위
이재용의 새 비즈니스 패러다임 5G 시장서 약진 결과
IM부문 네트워크사업부와 CE 부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올해 최대의 OPI인 38%를 지급받는다. 이로써 최근 5년 간 부동의 OPI 1위 자리가 올해 바뀐 것이다. 네트워크사업부는 같은 IM 부문인 무선사업부(22%)에 비해 적은 감소폭을 보여 주목받는다.
통신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해 6조25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4조1000억원)보다 50% 이상 급증한 수치이며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 중 최고의 매출 증가율이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도 성장세를 보였다. 아이에이치에스(IHS)마킷의 지난해 3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가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11%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년 5%대에서 1년 만에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5G 통신 분야에서도 뚜렷하다. 지난 2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670만대의 5G 스마트폰 점유율은 35.8%로 화웨이(36.9%)에 단 1.1%p 뒤처진 2위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5G시장 공략을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으로 설정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5G 통신기술 개발에 착수해 2017년에 LTE와 5G의 연동 기술을 완성했다. 빠른 기술 개발과 함께 화웨이를 중심에 둔 미·중 무역갈등을 기회 삼아 해외 5G망 증설을 가속화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통신 3사와 미국의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일본 2위 통신사 KDDI 등과 협력해 글로벌 입지를 넓혔다.
네트워크사업부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기존 통신 강자인 화웨이를 넘어야 한다. 지난 9월 기준 화웨이의 5G 표준필수특허 보유 건수는 2160건으로 삼성(1353건)보다 807건이나 많다. 또한,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통신장비와 5G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영국이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장비 사업자로 받아들인 이유로 3.5GHz 영역에서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특허, 기술력, 가격, 점유율 측면에 있어서는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는 화웨이임이 분명하다.
4개 등급 나누어 1년에 두 번 차등지급하는 TAI
삼성전자의 또 다른 성과급은 목표달성 장려금(TAI)이다. 사업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합쳐 A~D까지 4개 등급으로 나누어 차등지급한다. 금액은 최대 월 기본급의 100%이며 매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지급된다. CE부문은 지난해 기본급의 100% TAI를 받은 바 있다.
DS부문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목표를 달성해 두 차례 TAI 모두 기본급의 100%를 받았다. 특히 삼성전자 DS부문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분기 대비 증가하면서 반등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내내 지속된 D램 가격 하락이 회복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기준 새D램 가격은 3.34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10% 뛰었다. 또한 5G 핸드폰 수요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 재고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밝혀 올해도 100%의 TAI가 전망된다.
IM부문의 무선사업부는 지난해 상·하반기 모두 사업부 중 가장 낮은 50%의 TAI를 받았다. 플래그십 제품 판매 둔화와 중저가 경쟁 심화,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한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상반기 '갤럭시Z플립'과 하반기 '갤럭시Z' 출시로 반등을 다짐하고 있다.
같은 부문의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해 상반기 100%, 하반기 75%의 TAI를 기록했다. 올해 본격적인 5G 스마트폰 확대에 따른 글로벌 통신 시장 점유율 확보를 목표로 잡고 있다. 네트워크사업부가 목표 달성을 해 올해 제일 높은 비율의 OPI에 이어 TAI에서도 좋은 성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