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부터 고등학생 이하는 평일 60분만 스마트폰 사용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국내에서 시행 중인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게임중독을 방지하고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만 16세 미만 학생들의 밤 12시 이후 온라인게임 접속을 제한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에 접속하지 않는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 자체에는 특별히 지장이 없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게임과 스마트폰 사용은 개인의 의지 또는 부모의 지도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지자체 단위에서 조례 제정을 통해 사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처음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시코쿠의 북쪽에 위치한 카가와현(香川県)은 고등학생 이하 청소년의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평일 60분, 휴일 90분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이 시간마저도 중학생 이하는 저녁 9시, 고등학생은 10시까지만 사용이 가능하다. 해당 내용을 담은 조례는 올해 2월 현 의회를 거쳐 4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 개개인의 게임과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근거는 카가와현이 독자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인데 초등학생과 중학생 중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하루 1시간 이상 하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 비교하여 국어와 계산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게임규제도 현의 방침에 힘을 실어줬다. 현재 중국에서는 18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저녁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금지하고 있고 게임시간도 평일 90분, 휴일 3시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카가와현은 여기서 더 나아가 인터넷이나 게임 컨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현에 협력할 것을 의무화하는 한편 성이나 폭력적인 내용은 자체적으로 규제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의 벌칙은 없다.
이를 두고 인터넷에서는 역시나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례 초안을 본 네티즌들은 ‘개인의 자유시간에 조례를 개입시키지 말라’는 반대파와 ‘요즘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등의 찬성의견으로 나뉘어 결론 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당장 조례가 시행될 카가와현의 주민들 역시 ‘부모들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납득시킬 새로운 구실이 생긴다’며 환영하는 어른들과 ‘무슨 근거로 정한 60분인지도 모르겠고 어른들의 일상적인 도박부터 어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학생들의 의견이 나뉘고 있다.
교육평론가 오기 나오키(尾木 直樹)씨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게임의존 문제는 가정이나 학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일본은 게임에 대한 규제가 너무 느슨하기 때문에 아직 미숙한 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며 카가와현의 움직임을 높게 평가했다.
그렇다면 각 가정이 가진 사적인 공간과 시간을 제한하는 것에 대한 문제는 없을까. 소가베 마사히로(曽我部 真裕) 교토대학 교수는 ‘게임의존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고 있어 대책을 세울 가치는 있다’면서도 ‘각 가정의 상황에 따라 바람직한 게임시간은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사정을 무시한 일률적 규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번 카가와현의 조례가 한국과 중국처럼 모든 청소년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