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직업 인터뷰](16) 머니게임 승자 키우는 연세대 'AI핀테크 과정', 정보대학원 이준기-정삼영 교수가 산파역

박혜원 기자 입력 : 2020.01.28 07:26 ㅣ 수정 : 2020.03.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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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에서 이준기(왼쪽) 정보대학원장과 정삼영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혜원 기자]
 4차산업혁명시대에 기존 직업에 종사하는 인간은 ‘상실 위기’에 봉착해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의 미래산업 종사자들이 '신주류'가 되고, 산업화시대의 직업들은 소멸된다는 예측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미래 주류직업의 실체와 인재상은 무엇일까. 뉴스투데이는 신주류 직업 종사자들을 만나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연대 정보대학원 'AI핀테크 석·박사과정', 'AI자산운용개발 인력 양성

 

자산운용사 및 기관투자가 등의 '실무인력' 양성하는 '계약학과'로 운영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간의 승부처, AI투자시스템 운용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후기자본주의의 꽃이 '금융자본'이라는 데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제조업이나 ICT업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도 거액의 투자금을 굴려 '머니게임'을 하는 헤지펀드나 투자은행(IB)의 수익율과 비교하면 초라해지기 십상이다.

 

미국이 제조업과 ICT업종에서 주도권을 상실한다해도, 뉴욕 월가의 금융자본가들이 건재하는 한 세계경제의 지배권은 여전히 미국에 존재한다. 2009년 금융위기도 골드만삭스같은 월가의 금융자본들이 사고를 쳐서 일어났다. 기회와 위기의 출발점이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이 투자시스템이 통찰력을 앞세운 인간 투자자를 제치고 득세할 것으로 예상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금융자본의 위력이 더욱 강성해질 전망이다. 부의 집중도가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혀 새로운 '돈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누가 우수한 'AI투자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달려있다. 현재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은 5곳이고 자산규모는 미래에셋대우 ,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의 순이다. 그리고 최근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 IB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중 누가 승자가 될지는 'AI투자시스템' 구축 경쟁에서 일차적으로 판가름이 날 것이다. 하지만 국내시장에서는 그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초대형 IB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기관과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 투자가들이 독자적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해도 관련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이 올해 국내 최초로 개설하는 ‘AI핀테크 석·박사과정’은 바로 그런 인재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교육기관이다. 정보대학원 원장인 이준기 교수 그리고 정삼영 교수가 그 산파역을 맡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지난 22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에서 이준기 원장과 정삼영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이 원장과 정 교수에 따르면, 금융공학과에서는 채권이나 주식 등의 금융파생상품을 개발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에 비해 AI핀테크 석·박사과정은 이런 금융상품들을 운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다. 쉽게 말해 고객이 금융상품을 언제 사거나 팔지, 옵션은 어떻게 거래할 지에 대한 판단을 빅데이터에 기반해 제안해주는 AI시스템이다.

 

AI자산운용 개발 인력은 현재 산업계에서 수요가 높다. 따라서 연세대 AI핀테크 석·박사 과정 역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맞춤 양성하는 계약학과로 마련됐다. 대상은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차부장급 정도이다. 석달에 한 번씩 10주 과정의 교육과정이 시작된다.

▲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장 [사진=박혜원 기자]
▲ 연세대 정보대학원 AI핀테크 석·박사과정 정삼영 교수

 

골드만삭스 인간 트레이더 600명 해고

 

100조원 벌어들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수학·통계·컴퓨터 전문가 집중 선발

 

골드만삭스, 구글 코리아등 현업 종사자들이 교수진 참여

 

준기 원장은 “자산운용사마다 특유의 전략이 있기 마련인데, 이를 집약한 AI시스템을 먼저 만드는 곳이 향후 자산운용시장의 선두를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IB나 자산운용사의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과 통찰력이 반영된 AI시스템 중 어떤 것이 시장의 법칙을 관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금융투자시장판도는 요동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간의 승부처는 자본금 규모가 아니라 누가 더 우수한 AI투자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초대형 IB 중 누구라도 미국의 골드만삭스를 능가할 수 있는 기회가 AI시대에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원장에 따르면 국제금융중심지인 뉴욕이나 싱가포르에서도 AI자산운용에 대한 개발 및 인력 양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초단타매매, 즉 1000분의 1초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는 주식시장의 패턴을 사람이 아닌 AI가 기록하고 판단할 수 있다면 위험관리 수준이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해외 금융사들은 인력 재편을 통해 체질 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골드만삭스’는 트레이더 600명을 해고하고 프로그래머 200명을 고용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원장은 특히 미국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설립 이래 100조 원를 번 것으로 유명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자산운용의 7~80%는 AI에 의해 이뤄진다”며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에서 인력을 채용할 땐 금융업계 종사 이력은 전혀 보지 않고 수학, 통계, 컴퓨터 등의 지식만 본다”고 전했다.

 

AI자산운용은 현재 산업계에서 막 주목받기 시작한 기술이다. 이에 교수진 중 상당수는 현업 종사자들로 꾸렸다. 정삼영 교수는 "구글코리아 김태원 상무가 인공지능 분야를, 골드만삭스 제임스 박 이사가 금융통계 분야를 맡아 가르친다"면서 "DGB 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 상무급 임원들도 교수진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AI자산운용 시스템이 있더라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만의 고유한 철학이나 인사이트는 여전할 것”이라며 “그 안에서 판단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만드는 것이 AI자산운용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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