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일하는 법](1) 김정주에게서 독립된 이정헌 대표체제, 개발자 시스템도 혁신 중

임은빈 입력 : 2020.01.22 07:22 ㅣ 수정 : 2020.09.09 10:28

[넥슨이 일하는 법](1) 이정헌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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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하기'라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사진제공=넥슨 / 그래픽=뉴스투데이]

헨리 포드는 통조림 공장에서 영감을 얻어 컨베이어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소품종 대량생산시대를 열었습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시대로 넘어오면서 소수인원이 팀을 구성해 작업하는 ‘워크 셀’이 대세가 됐습니다. 명품차 페라리는 한 명의 장인이 한 대의 차를 완성시키는 방식을 통해 생산됐습니다. 이처럼 걸작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탄생합니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일하는 방식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산업과 기업의 특징과 장점에 따라서 무궁무진하게 변형되는 추세입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하는 법’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일하는 법’에 대한 뉴스투데이의 기획보도는 혁신을 갈망하는 기업과 직장인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입니다. <편집자 주>


전문경영인 체제 정착, 소유와 경영 분리의 모범적 사례

 

넥슨 직원은 김정주 회장의 '숨결'조차 못 느끼며 일한다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김정주(52) 회장이 1994년에 설립한 넥슨은 탄탄한 개발력과 항상 ‘최초’를 추구하고 실현해 낸 크리에이티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산업을 선도해 온 글로벌 게임업체이다. 1996년 넥슨의 첫 작품인 ‘바람의나라’를 시작으로, 업계 최초로 부분유료화(Free to Play)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게임시장에 선보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새로운 시도를 담은 우수한 게임 콘텐츠를 서비스하며 넥슨만의 창조적인 DNA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넥슨은 현재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전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약 90여 종의 게임을 서비스 중이며, 전체 매출의 3분의 2 (71%) 이상의 매출을 해외 시장에서 거둬들이며 글로벌 게임사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고 있다.

 

게임업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계 1위 기업인 넥슨의 오너 겸 창업자는 김정주 회장이지만, 정작 넥슨의 임직원 및 개발자들은 김정주 회장과는 무관하게 일을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김정주 회장의 숨결조차 느끼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김 회장은 지주사 엔엑스씨(NXC)의 오너이고 게임개발사는 넥슨이다. 엔엑스씨(NXC)는 제주도에 위치해 있고, 개발사인 넥슨은 판교에 위치해 있다. 넥슨 관계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판교에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한다.

 

넥슨 직원들도 김정주 회장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운전기사나 비서도 없다고 한다. 스스로 운전하는 '오너 드라이버'이다. 글로벌 게임기업의 오너로서는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비서가 없으니 일정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 스마트폰에 입력한 일정을 보고 업무를 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넥슨 임직원은 이런 '소유와 경영의 분리' 체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주인이 바뀌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작년 초 디즈니 인수설이 있었으나 무산된 전례가 있다. 언론에 언급된 인수가격은 무려 10조원대였다. 넥슨 임직원들은 이런 이슈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본업에 열중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전문경영인 이정헌 체제, 직원과는 한 공간에서 근무

 

'협업의 리더십', 직급과 무관하게 이 대표와 '수평소통'가능

 

현재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는 41세인 이정헌 대표이다. 전형적인 전문경영인이다. 이 대표는 1979년생으로 넥슨코리아 게임기획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네오플 조종실 실장, 넥슨코리아 피파실 실장과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게임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마케팅에 실력을 발휘했고 특히 ‘피파온라인3’ 출시를 이끌어 성공적으로 국내 PC방 시장에 안착하는 데 기여했다.

 

넥슨 출신인 이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의 위치에 오른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보기드문 비 개발자 출신 CEO이기도 하다. 게임 개발에 다양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게임 프로젝트별로 의사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대표이사와 프로젝트장 사이의 권한을 나누는데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협업의 리더십'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런 원칙에 걸맞게 '수평적 소통'을 중요시하고 있다. 창의성이 승패를 좌우하는 게임업체의 특성상 필연적인 특성이다. 이 대표는 직원들과 넓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한쪽에 대표실을 설치했다. 평상시에 스스럼없이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개발자나 직원들은 이 대표 방에 수시로 들어가서 협의하거나 보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수평적 소통이 일하는 방식인 것이다. 직원들의 자리도 수직적 하이어라키(Hierarchy)에 의해 배치되지 않은 직급도 대외적으로는 팀장, 차장, 대리 등의 명함을 새기지만 내부적으로는 G1, G2 등으로 호칭한다.

 

게임개발은 '팀 시스템'으로 진행, 실패하면 일부 '이직현상' 발생

 

이정헌 대표, '함께 하기'를 새로운 조직문화로 추진 중

 

업계 1위 넥슨, 게임업계의 오래된 문제점 해결 노력 시동

 

넥슨 직원들의 일하는 법의 핵심적 특징은 ‘팀 시스템’이다. 물론 넥슨만의 방식은 아니다. 게임사의 공통된 특징이다.

 

드라마 제작과 비슷한 시스템으로 코딩작업자가 추가로 투입되는 점만 다르다. 드라마PD가 새 드라마를 기획해 촬영하듯이 게임PD가 새 게임을 기획해 총괄 개발하는 형태이다. 여기에 다수의 개발자가 팀형식으로 소속되고 이들간의 유대관계가 일하는 법의 출발점인 것이다.

 

따라서 신작이 대박을 치면 성과급을 받고 승승장구하지만 신작이 실패하거나 중도 포기되면 해당 팀 전원은 일시적으로 일감이 없어진다. 이로 인해 상당수가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현상이 존재한다.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에 맞춰 신작을 출시해서 성장성을 확보해야 하는 게임업계의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이다.

 

이정헌 대표가 이 같은 고용불안정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작 실패 시 해당 팀 인원에 다른 업무를 배당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넥슨의 개발자들은 그동안 '성공하면 축제', '실패하면 이별'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일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창의성과 시장의 성패만을 중시하는 게임개발업의 특성이 작용한 관습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용 안정성'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변화의 물결에 올라탄 셈이다. 그 방향은 '함께 하기'로 표현될 수 있다.

 

게임업계의 오래된 문제점을 업계 1위인 넥슨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은 게임업계 취업을 꿈꾸는 취준생 입장에서는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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