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김성태 KT 채용비리 1심 무죄의 ‘심리학’, 구현모 사장 ‘CEO 리스크’ 경우의 수는?
김성태 KT 채용비리 1심 무죄의 ‘심리학’
이석채 전 KT사장 채용비리로 실형 …김성태 의원 연루 증거는 불충분?
황창규 회장과 차기 CEO인 구현모 사장 '리스크'는 심리학적으로 감소?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서울남부지방법원이 17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재판 6개월만에 1심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검찰의 입지가 무색해졌다. 이에 따라 황창규 KT회장과 차기 CEO인 구현모 사장에 대한 수사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정치생명이 끝날지도 모르는 벼랑끝에 내몰렸던 김 의원은 일단 면죄부를 얻게 됨에 따라 황 회장과 구 사장의 'CEO리스크'가 심리학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성태 의원 사건은 지난 2012년 KT의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김 의원의 딸 A씨가 부정 입사한 경우와 이석채 당시 KT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김 의원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반대한 경우가 거래 관계에 있다는 검찰 측의 기소에서부터 불거졌다.
A씨는 그해 KT의 신입 공채에서 한 달 늦게 입사 서류를 제출하고 인성 검사 역시 뒤늦게 혼자 따로 응시함과 동시에 적성 검사는 면제받은 끝에 최종 합격했다. 이석채 전 회장은 이 같은 비리를 저지른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해 10월 30일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 의원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은 증거불충분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의원이 이석채 전 회장과 2011년에 만났다는 검찰 측 주장이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이 전 회장과 만난 시점이 2011년이 아닌 2009년이라는 김 의원 측 입장이 재판과정에서 등장한 '일식집 영수증' 증거물을 통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7월 22일 검찰은 서유열 전 KT 사장의 증언을 바탕으로 이 전 회장이 김성태 의원에게 딸 A씨를 KT 정규직으로 채용(뇌물수수)시켜주는 대가로 자신의 국감 출석 면제(뇌물공여)와 맞바꾸는 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이 전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한 이유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만난 때가 2011년이 아닌 2009년으로 인정되면 김성태 의원과 KT의 인사 청탁 관계를 증명하기가 어려워진다. 2009년은 김 의원의 딸 A씨가 아직 졸업예정자 신분을 얻지 못한 시점이었고 A씨의 KT 정규직 채용 비리는 2012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영수증 증거물이 서 전 사장의 진술을 무효화함으로써 검찰의 기소 근거도 부정된 셈이다. 뇌물공여 사건의 판례들에 따라 금융거래 자료와 같은 객관적인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는 서 전 사장과 같은 증인들의 증언에 신빙성이 부여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검찰이 섣부른 불구속기소를 걸어 김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증명하는 데 일단 실패하면서 이석채 전 회장 역시 뇌물공여 혐의를 당장은 덜게 됐다.
KT “이석채 전 회장 판결, 황창규 현 회장에 영향 없을 것”
구현모 사장의 'CEO리스크'도 해소되나
황창규 현 KT 회장도 이석채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수사 표적이 돼 있다. 재임기간 동안 자격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14명의 인물들을 차례로 고문으로 앉혀 총 20억여원의 고문료를 지급해 업무상 배임을 저질렀다는 혐의다.
이에 지난해 7월에는 경찰의 광화문사옥 압수수색이 있었고, 10월에는 황 회장이 경찰에 출두해 약 20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후 12월 4일에 이 사건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황 회장은 줄곧 혐의를 부인하며 공식 행사에도 지속적으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 회장은 오는 3월 임기를 마치고 구현모 사장에게 KT의 CEO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황 회장이 실형을 받게 되면 그의 측근인 구현모 사장 역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KT의 'CEO 리스크'는 황 회장의 검찰수사 및 법원 판결결과에 달려 있다.
검찰이 장담하던 사전 증거가 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증거로 부정되는 가운데 경찰수사 결과 혐의가 확실한 것으로 알려진 황 회장과 구 사장 역시 이 전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와 마찬가지로 반전의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석채 전 회장 사건은 2012년 당시 벌어진 일로 지금의 구현모 사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며 “해당 사건은 KT 자체와도 상관이 없다. 이 전 회장이 나가신 지도 너무 오래 되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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