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정의선의 미래차에 탑승한 '소프트베리' 박용희 대표, '전기차 이용자 플랫폼' 선점
4차산업혁명시대에 기존 직업에 종사하는 인간은 ‘상실 위기’에 봉착해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의 미래산업 종사자들이 '신주류'가 되고, 산업화시대의 직업들은 소멸된다는 예측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미래 주류직업의 실체와 인재상은 무엇일까. 뉴스투데이는 신주류 직업 종사자들을 만나 이 같은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편집자>
'EV Infra'는 전기차 이용자 90% 가입시킨 '전용 플랫폼'
전국 전기차 충전소 위치 및 실시간 이용 현황 제공
GS칼텍스·한국전력공사와 제휴로 결제 서비스도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자동차 산업은 미래차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와 수소차 9만 여대를 보급해 ‘미래차 누적 20만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IT·가전전시회 ‘CES2020’에서도 전기차는 뜨거운 화두다. 소니,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세계적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신모델을 발표했다.
이때 성장하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뿐만이 아니다. 관련 '플랫폼' 및 '빅데이터 산업'도 동반성장하기 마련이다. 소프트베리 박용희 대표는 이 점에 착안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해나가고 있다. 박용희 대표는 4년 전 전기차를 처음 이용해본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삼아 전기차 이용자 전용 플랫폼 ‘EV Infra’를 개발해 미래차 산업에서 새로운 영역을 제시했다.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미래 모빌리티' 구상에 탑승해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박 대표는 “현재 국내 전기차 인프라는 구축 자체는 잘 되어 있지만 여러 미흡한 점이 있다”며 “이용자에게 필수적인 정보인 충전소 위치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고, 유지 보수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전기차를 이용한 첫날부터 불편을 겪었다. 박 대표는 “전라도 광주에서 전기차를 인수해서 올라오는 동안 전기가 다 떨어졌는데,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충전소가 있다고 한 위치에 충전소가 없어 한참을 헤맸다”고 전했다. 환경부에서 자체 서비스로 충전소 위치를 알려주고는 있었지만 업데이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실제 위치와 다르거나 고장이 나있는 경우도 빈번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2016년 박 대표는 개발자 출신인 이력을 살려 전국 전기차 충전소 위치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 EV Infra를 개발했다.
이후 EV인프라는 국내 10만 명의 전기차 이용자 중 9만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전기차 충전소 설치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 GS칼텍스, 에스트래픽과 업무협약을 맺어 모바일 결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지난 9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소프트베리 사무실에서 박 대표와 만나 4차 산업혁명시대 산업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기차와 ICT기술 융합의 현장에 대해 들어봤다.
이용자 빅데이터 활용한 솔루션 제공, "전기차 충전소는 목요일 저녁에 가장 붐빈다"
SK텔레콤 IoT망 이용해 가장 가까운 충전소 위치 제공
EV Infra는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빅데이터 솔루션’과 ‘IoT(사물인터넷)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4년 동안 앱을 운영하면서 어느 지역에 있는 충전소가 이용률이 높은지, 어느 시간대에 가장 붐비는지, 이용자의 충전과 충전 사이의 소요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의 데이터가 모였다”며 “이용자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좀 더 효율성 있게 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주말에 충전소가 가장 붐빌 것이라는 일반적인 추측과 달리, EV Infra 데이터에 따르면 목요일 저녁 6~8시 사이에 충전소를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금요일에 휴가를 계획한 이용자들이 미리 충전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이용자는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 충전소에 방문하거나 예약을 걸어놓을 수도 있다.
이는 전기차 충전 사업을 하려는 개인 사업자들에게도 유용한 데이터다. 이용률이 가장 높은 지역에 여러 대의 충전소를 설치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어 박 대표는 “SK텔레콤의 IoT망 ‘로라망’을 통해 전기차의 위치와 이동속도를 기반으로 이용자와 가장 가까운 충전소 등의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완성되는 EV Infra의 빅데이터
SK텔레콤, GS칼텍스 등과도 협업 확대
플랫폼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용자의 생활에 깊게 연계돼 있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관해 박 대표는 “충전이 안 되면 전기차 이용 자체를 못하다보니 이용자들의 참여도가 굉장히 높다”고 강조했다. 현재 EV인프라에 등록된 8200여 곳의 충전소 위치 데이터는 대부분 이용자들의 제보로 채워졌다. 일주일의 평균 400개 정도의 정보가 올라온다.
이어 박 대표는 “전기차 보급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그 이용자들이 EV Infra에 대부분 모여 있다 보니 예상치 못했던 분야와도 사업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EV Infra는 전기차 택시를 운영하는 ‘마카롱택시’ 혹은 전기렌터카 이용자에게는 결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차의 등장, 그리고 전기차 이용자들을 잇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GS칼텍스 등 정유 업계나 SK텔레콤 등 통신 업계, 렌터카나 택시 등 자동차 관련 업계 전반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