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 윤종원 행장과 대화 거부
정부·여당에 낙하산 인사 재발방지책 요구
김형선 노조위원장 "노동이사제는 별개 문제"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는 IBK기업은행 노조가 대화의 대상으로 행장이 아닌 정부로 설정하면서 갈등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별다른 입장이나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 임명권자로서 '책임회피'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7일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은 업무 3일차에도 어김없이 출근을 시도했지만 노조의 반발에 또 다시 본사 안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투쟁 대상을 정부로 정한 노조 측과는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자 기업은행 사측 관계자들이 "대화하러 오신 것 아닙니까. 위원장님 좀 오십시오"라고 했지만, 노조 측은 "안된다", "돌아가라"고만 외쳤다.
법적 절차를 밟아 임명된 윤 행장의 임명이 철회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그런데도 노조가 투쟁 강도를 높여가며 요구하는 건 낙하산 인사의 재발 방지책이다. 노조는 정부와 여당이 약속한 걸 지키지 않았다며, 법이나 제도적 틀을 만들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금융노조는 '2017년 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금융노조 정책협약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과 금융노조는 ▲효율적인 금융관리·감독체계를 구축하고 금융당국의 정책결정시스템에 공정성을 확보한다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문성을 가진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보완한다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하지만 협약이 지켜지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에 공개서한을 보내 정책협약 파기 의중을 물을 계획이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금융노조와의 정책협약도 어기고 임명을 강행한 청와대와 집권 여당, 이를 방기하는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해결해야 한다"며 "투쟁의 1차적인 목표는 윤 전 수석의 임명 철회지만, 대화를 위해서는 청와대·여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이 먼저다. 그 전에는 대화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노동이사제를 대화의 카드로 꺼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도에 대해서는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노동이사제는 은행장으로 약속할 수 있는 사안이 안된다"며 "김도진 전 행장도 정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가 결정해야 하는 일인데 윤 수석과 대화한다고 얻을 수 있는 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투쟁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강하다. 이미 임기가 시작됐고,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노조와 사측간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치적 투쟁으로까지 키운다는 것이다. 금융노조와 기업은행 노조는 4월 총선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여권 인사들에 대한 낙선 운동까지 펼친다는 계획이다.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결국 피해는 은행이 본다는 점도 문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임기가 시작됐는데 출근이 안되다보니 일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연초라 인사나 올해 사업 추진 등 여러 현안들이 밀려있다"고 말했다.
윤 행장의 전문성에 대한 비판도 적절치 않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경제관료 출신 낙하산 인사지만,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등의 요직을 거친 그가 금융 정책의 틀이나 감각, 경험에 있어 절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책은행의 성격상 내부 출신보다는 윤 행장이 더 유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노조와 윤 행장을 임명한 정부의 사이에서 난처해진 그는 대화의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노조의 출근 저지가 계속되더라도 매일 본점을 찾아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날에는 기업은행 내부에서 존경받는 고 강권석 행장의 묘소를 찾아 추모했다. 내부 신망이 두터운 고인을 추모해 내부 화합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행장이) 노조 입장이 강경해서 답답해 하고 있다"며 "경영에 문제 없게 어떻게든 노조와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