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저금리, 대출규제 내몰린 은행들 “해외투자가 살길”
주요 은행들 "글로벌 진출은 선택아닌 필수"
[뉴스투데이=정승원기자] 지난 3일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인 2020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화두는 해외진출이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데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은행이 수익을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결국 해외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특히 해외 시장에서 영업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영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인도를 시작으로 조인트벤처(JV)를 통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한다“며 ”단순한 수치나 목표보다 해외 시장 진출로 외연 확장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구체적으로 동남아시아 중심의 신흥국에 진출해 합자회사 설립이나 지분투자로 현지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지 은행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인수합병(M&A)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국제금융허브인 홍콩 및 호주 시드니에도 지점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농협금융은 오는 2022년까지 그룹 내 해외사업 수익 비중을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올초 '2020년 사업추진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자리에서 “은행의 글로벌 사업 확장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며 미래 지속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 사업”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올초 임직원들과 벤 스틸러 주연의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관람하고 “올해를 상상이 현실이 되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년전부터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 공을 들여온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베트남 1위 은행 BIDV의 지분 15%를 1조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전략적 지분 투자로는 기존 모든 기록을 갈아엎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 역사상 최초의 해외 인터넷은행 진출인 인도네시아 라인 뱅크 사업을 포함해 베트남 등 신남방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진출 다각화와 현지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캄보디아 최대 소액대출 금융기관(MDI)을 7000억원에 전격 인수한데 이어 올해도 해외 M&A 투자에 더 속도를 낼 계획이다. KB금융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동남아에 활발하게 진출해왔는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지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따라 해외 전략을 짜고 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은행의 해외진출 목표를 제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해외부문 비중을 현재 총자산 기준 5%, 당기순이익 기준 7% 수준에서 10년 내 자산과 당기순이익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새로운 성장기반 확보를 통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의 PBR을 높여 나가고, 대형 금융그룹의 경우 시가총액 3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