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캄보디아 소액대출금융기관 인수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KB국민은행이 캄보디아 1위 소액대출금융기관(MDI)을 7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미 캄보디아에 은행 법인을 세워 6개 지점을 운영 중인 국민은행은 이번 인수를 통해 리테일과 디지털 부문 역량을 이전하는 등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한 경쟁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캄보디아 소액대출금융기관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를 6억340만달러(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국민은행은 나머지 지분 30%에 대해서도 나중에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몇 년 새 앞다퉈 해외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힘입어 동남아시아 시장에 대한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이 해외점포 189곳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약 1조1115억원에 달한다. 전년대비 22.2% 늘어난 것인데, 이중 동남아시아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5000억원 수준을 웃돈다. 전체의 절반 정도 수익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거둬들인 것이다.
은행들이 앞다퉈 해외진출을 늘리는 것은 각종 규제로 국내에서 더 이상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은행이 손쉽게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대출부문은 사활을 걸다시피 한 정부의 집값 잡기 정책에 따라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 예대금리차를 이용한 수익기반도 저금리 기조로 더 이상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황금알이 아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은행들이 포화상태에 놓인 국내를 벗어나 자연스럽게 성장잠재력이 높은 해외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30여개 지점을 더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해외진출의 대상이 대부분 특정지역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국민은행의 캄보디아 소액대출금융기관 지분인수도 그렇지만 은행의 해외진출이 지나치게 동남아시아에 편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전체 해외영업점 189곳 가운데 131곳이 동남아에 몰려있다. 약 70%가 동남아에 집중돼 있는 셈이다. 동일한 시장을 놓고 금융권이 경쟁하다 보니 출혈경쟁도 불사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올해 인도네시아의 한 은행 인수를 놓고 두 은행이 인수경쟁을 벌이면서 결국 시장가격보다 50% 넘는 가격에 거래가 체결되는 이상과열 현상까지 빚어졌다. 한국 금융기관들의 경쟁을 이용해 현지 금융기관들이 몸값을 높여 부르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은행들의 해외진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데다 각종 규제로 인해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성장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을 포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