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만에 만난 한일 정상, 中 청두서 40분간 정상회담
文 “무역 문제 해결해야” VS. 아베 “대북 안보 공조부터” 평행선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가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중국 청두(成都) 샹그릴라 호텔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쳤다. 양 정상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입장차 확인에 그쳤지만 잦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 종료 후 열린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강제징용 관련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다”라며 “특히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정상간 만남이 자주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두 정상은 최근 한반도의 엄중한 정세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한일,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일본이 취한 수출 규제 관련 조치가 7월 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며 아베 총리의 각별한 관심과 결단을 당부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3년 반만에 수출 관리 정책 대화가 매우 유익하게 진행되었다고 들었다며 앞으로도 수출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답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는 말에 문 대통령은 “실무 협의가 원활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아베 총리님과 함께 독려해 나가자”라며 “이번 만남이 양국 국민들에게 대화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던 정상회담은 예정보다 5분 늦은 오후 3시 6분부터 45분간 이어져 3시 51분에 종료됐다.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일정 중에 이뤄진 미국 뉴욕에서의 회담 이후 1년 3개월만에 성사된 정상회담이다.
회담 서두에서 아베 총리는 안보 보장 문제를 강조하면서 “일한 양국은 서로에게 주요한 이웃”이라며 “북한 문제를 비롯해 안전 보장에 관한 문제는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한국-미국 간의 공조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무역 갈등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현재 양국 대표단과 수출관계당국 간에 현안 해결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라며 “양국이 머리를 맞대어 지혜로운 해결 방안을 조속히 도출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답하며 회담을 열었다.
현재 한일 양국은 각각 무역과 안보 분야에서 상대방에게 겨눈 제재 또는 제재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일본 기업에 대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린 이후 일본의 무역보복과 우리나라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 계획이 줄줄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난 11월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폐기 계획을 일시적으로 멈췄고 일본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4일 앞두고 반도체 소재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일부 수출 규제를 푼 상황이다.
◆ 한중일 정상회의서도 ‘3국 협력’,‘북미 대화’ 호소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오전 청두 세기성 국제회의센터에서 열린 ‘제8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언론발표 자리에서 “향후 10년 3국 협력 비전'을 채택했다”라며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지속가능한 세계를 선도하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3국 협력 정례화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라며 “이번 회의에서 3국이 협력 정상화의 중요성과 함께 3국 협력사무국의 역량 강화와 3국 협력기금 출범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뜻깊다”라고 말했다. 또 “향후 우리는 3국 협력이 한중일 각각의 양자 관계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더욱 노력하기로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개최한 이번 회의에서 동북아 3국의 ▲올림픽 릴레이 개최 ▲민간 교류 확대 ▲과학기술 협력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소통과 협력 ▲북미 대화 진전을 위한 공동 노력 등을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3국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3국의 경제적 공조를 호소했다.
비즈니스 서밋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거대 시장을 기반으로 첨단산업을 키우는 중국, 전통적인 기술혁신 강국 일본, 정보통신 강국 한국이 힘을 합치면 제조업 혁신뿐 아니라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헬스케어 같은 신산업에서 최적의 혁신 역량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는 무역 영역에서도 협력을 제의하면서 “우리는 무역장벽을 낮추고 스스로를 혁신하며 세계시장을 무대로 성장해왔다”라며 “자유무역은 기업이 서로를 신뢰하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