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삼성전자 13조 배팅, OLED 말고 ‘퀀텀닷 올레드’로 LG전자·소니와 정면승부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13조 투자는 LCD에서 OLED로 이동하는 TV 시장 수읽기의 결과
10조는 QD 올레드 시설투자, 3조는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에 투입
LG전자·소니가 주도하는 OLED시장, 삼성전자는 QD올레드로 게임의 룰 바꾸기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삼성이 QD(퀀텀닷)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투자키로 한 13조원 보따리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푼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의 대규모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LCD TV 시장을 독점한 중국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릴 유일한 방법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뿐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OLED TV 시장에서 LG전자의 점유율은 6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의 점유율은 각각 19% 8%이고, 중국 업체 AOC/TP 비전이 6%로 가장 높다. LCD에 이어 OLED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이다. 삼성이 OLED 시장이 아니라 QD 올레드에 투자하는 이유다.
현재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리더는 OLED이다. 따라서 게임의 룰을 QD올레드로 바꿔서 기존 강자인 LG전자와 소니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삼성이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디스플레이에 쏟는 이유는, 디스플레이 패널 역사가 긴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은 1970년대 세계 최초로 LCD 상용화를 통해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으나, 1990년대 말 한국업체에 뒤처졌다. 2000년대 초에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중국 전자업체들에 밀려 소니와 파나소닉 등이 LCD 시장 상위권에서 사라졌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LCD 상용화 이후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에 둔화해 시장 선점에서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다.
삼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은 QD 올레드는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LCD 기반의 QLED와는 다르다. QD 올레드는 OELD를 기반으로 한다. OLED는 발광방식에 따라 적색·녹색·청색(RGB) 방식과 WOLED 방식으로 구분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청색 소자를 광원으로 사용하고 컬러 필터에 퀀텀닷을 적용한 QD 올레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5년간 13조 1000억원을 QD 올레드에 투자한다. 업계에 따르면 13조원 중 약 10조원은 시설투자에 3조원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비용에 투입된다. 투자를 통해 삼성은 충남 아산 탕정 액정(LCD)라인 가운데 한 개(L8-1)를 QD 올레드 생산라인(Q1)으로 전환한다. 여기서 나온 8.5세대 디스플레이는 65인치 이상 대형 TV로 쓰이고, 이후 2025년까지 QD 생산량을 점차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강점◀ 남들보다 빨리 시작한 ‘퀀텀닷’
‘총수’ 이재용의 대규모 투자 단행
삼성은 ‘퀀텀닷’ 분야에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퀀텀닷은 반도체 나노 소재로 빛을 흡수하고 발광하는 특성이 우수하다. 하지만 카드뮴 등 유해 중금속이 포함돼 기술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지 못했던 소재다. 그런데 삼성은 2015년 카드뮴이 없는 퀀텀닷 TV 제품을 출시했다. 누구보다 발 빠르게 퀀텀닷 분야에 뛰어든 결과였다.
여기에 총수의 전폭적 지지는 경쟁 업체들과의 거리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 충남 아산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을 방문해 대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지금 LCD 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며 “기술만이 살 길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두 달 뒤인 지난 10월, 삼성디스플레이는 1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이날 이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참석해 직접 마이크를 잡고 투자 계획을 밝혔다. QD 올레드로 대형 TV 시장을 주도하는 최강자가 되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약점▶ ‘중국’의 빠른 기술 흡수력과 디스플레이 패널 이해도 높은 ‘일본’ 견제해야
수십조 원에 달하는 중국 정부의 지원 넘어서야
디스플레이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기술력 기반의 장치 산업이다. 때문에 선제적인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따라 이 산업의 세계시장 주도권이 결정된다. LCD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들이 10년도 채 되지 않아 LCD 시장을 잠식한 것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비투자가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LCD TV 시장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LCD TV 출하 대수 기준으로 중국은 2017년 점유율 27.3%로 우리나라 32.4%와 비교해 5% 가량 낮았지만, 지난해에는 중국이 32%로 우리나라(30.6%)를 넘어섰다.
삼성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초격차 기술을 일궈내 이 시장에서 최강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수십조 원에 달하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있는 한, 삼성 단일 기업이 투자를 해서 초격차 기술을 일궈낸다고 해도 얼마든지 따라잡힐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정부의 정책적 과제=선제적 투자와 기술 유출 방지에 적극 힘써야
글로벌 LCD 패널 산업이 정체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업체들이 독식하게 된 것은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KDB 미래전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BOE는 TFT 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5세대 생산라인 투자에 필요한 12억 달러 중 2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물론 우리 정부도 삼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에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월 10일 삼성의 13조원 투자 발표 당시 이 회사와 함께 상생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의 공동기술 개발 등에 협력키로 했다. 아울러 삼성디스플레이가 11개 대학과 디스플레이 분야 공동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대학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연구역량 강화 및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만큼은 아니다. 산업부의 내년 디스플레이 분야 예산은 1113억원이다.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서는 정부가 디스플레이에 선제적인 투자와 인재 확보 및 기술 유출 방지에 적극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