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위기관리] 자유민주주의 쇠락과 신(新)왕조·민족주의 부상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19.12.11 17:16 ㅣ 수정 : 2019.12.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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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19 KIMA(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국방정책 세미나’에서 ‘2020 국제 안보정세 전망’ 주제로 토론 발표하는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열수(육사33기)박사 [사진=김희철/동영상 캡처]
KIMA 김열수 박사, 자유민주주의 위기 심화와 신(新) 민족주의 부상을 글로벌 위기로 지적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김열수 박사는 지난 4일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2019 KIMA(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국방정책 세미나’에서 “자유민주주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고, 민족주의 부상으로 자유주의 질서의 쇠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발표해 걱정과 충격을 주었다.

 

발표에 앞서 김박사는 “추상성이 상승하여 접근해본 결과 겨울날씨를 전망하게 됐다”며 운을 띠운 뒤 “첫째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심화”라고 했다.

 

1·2차 세계대전과 탈냉전을 거치면서 자유민주주의가 세계의 표본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점유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10년 후에는 1/3로 떨어질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예측했다.

 

반면에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자유롭지 않고 권위주의 국가들의 GDP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여 자유민주주의 자본을 능가하고 경제적 우위를 점했던 자유민주주의가 경제적 약자의 지위로 내려앉게 될 것이다.

 

현재도 1인당 소득이 가장 높은 세계 15개국 중 거의 2/3이가 비민주적 국가이다. 따라서 권위주의적 국가들이 번영을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졌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 기회평등과 공정성을 중시했던 자유주의는 시장이 포화되고 경쟁이 심화되자 권위주의 국가들과 격파가 좁혀졌고 자유주의국가 내에서 빈부의격차는 오히려 더 커지게 되었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들은 국민의 선택을 받다(선거)보니 다음 선택을 받기 위해 대중영합적인(Populism) 정책을 펼치는 유혹에 빠져 이래저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김 박사는 두번째로 '민족주의 부상과 자유주의 질서의 쇠퇴 가속화'를 지적했다. 2013년 집권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국정목표로 내세웠고, 2017년 집권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tst)를 국정목표로 내세웠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민족주의와 애국심의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 “애국심은 민족주의와 정반대”라고 호소했지만, 유럽은 시리아 사태이후 이민자들에 대해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고 미국도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즉, 新 민족주의가 등장하면서 국제적인 자유민주 질서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이런 인식 결과로 미국은 세계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의 탈퇴,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TPP) 거부, UNESCO과 이란 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 중거리핵미사일(INF) 조약파기 등으로 나타냈다.

 

이와같이 세계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질서의 죽음을 목격하고 있고 이를 학습하는 사회화가 이루어진다면 민주주의의 붕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강대국의 패권경쟁 가속화와 주변국의 고민 심화

이 같은 두 가지현상은 '패권경쟁 가속화와 주변국들의 전략적 고민 심화'로 귀결되고 있다.

 

중화민족의 부흥과 미국 우선주의 간의 갈등은 이제 전 분야에 걸친 패권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편(2018.5)했다.

 

중국도 태평양 방향으로는 ‘도련선 전략(Chain of Islands)’, 인도양 쪽으로는 ‘진주 목걸이 전략(Sting of Pears) 등 반접근/거부(A2/AD)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强軍夢’실현을 위해 ‘신형세하 적극방어 군사전략’과 통합군 형태의 5대 전구로 개편, 그리고 로켓군 창설 등의 국방개혁을 가속화 하고 있다.

 

특히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BRI)’은 서남 및 중앙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와 유럽을 중국의 영향력 하에 두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이다.

 

이에 2019년 4월 베이징에서 150여 국가 및 90여 국제기구 인원 5천여명이 참석하는 제2차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이 개최되었으며 37개국 정상들도 참석했다.

 

김열수박사는 이러한 한반도 안보정세 평가에 따라 우리의 대응방안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 A는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것, 시나리오 B는 갈등과 봉합과정을 거치면서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 시나리오 C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My Way로 가는 것이다. 이중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은 B라고 했다.

 

만약 갈등이 고조되면 투키디데스의 함정(Tuchididdes Trap;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두려워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는 뜻)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어 “역내 각 국가들은 줄서기를 강요당할 것이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을 추구할 것이다”라고 결론을 맺었다.

 

자유민주주의는 무려 200년 동안 검증된 세계 표본이 되는 제도

 

잘못된 민족주의에 담긴 논리의 유희(遊戱) 뿌리치고 비판적 성찰 해야

 

이와 같이 新 민족주의가 등장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쇠락과 더불어 국제사회는 혼돈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게다가 新 민족주의 못지않은 현존하고 있는 북한 등 왕조국가들도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경종을 울려준 김열수박사의 예리한 분석과 대안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중동의 아랍국가들은 대부분 왕조국가이다. 이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은 풍부한 석유 등의 지하자원으로 왕권과 권위를 강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민주주의의 제도적 모순 때문이 아니라 현재 국가지도자들을 포함한 정치권 및 사회지도자들의 운용 실패가 또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군(軍)의 고위직을 성공적으로 마친 저명한 예비역 장성은 “자유민주주의는 무려 200년 동안 검증된 것으로 제도 자체에는 문제점이 없고 대중영합적인(Populism) 정책 등에 의한 운용에 문제점이 있지만, 민족주의나 왕조주의, 사회주의 등 비민주주의와 비교될 수 없는 표본이 되는 제도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예비역 장성의 말처럼 단편적인 논리의 유희 (遊戱)에 빠져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해서는 안되며, 운용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국민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지금 사회 저변에서 꿈틀거리며 논리의 유희에 젖어있는 민족 및 사회주의자들의 유혹을 인식하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현재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한국열린사이버대학 겸임교수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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