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무서운 후발주자 삼성전자 빅스비, 알렉사·어시스턴트 넘어서나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삼성전자, 2030 비전 133조원 중 25조 AI·5G 등에 투자
韓·美·英 등 5개국에 AI 센터 설립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전 세계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서비스 시장 진입이 다소 늦은 삼성전자는 향후 10년 동안 AI에 수조 원을 투자한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 AI에서도 세계 최강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은 지난해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AI·5G·전장용 반도체 등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삼성은 향후 3년간 이 분야에 25조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경영일선 복귀 직후, 북미와 유럽으로 AI 석학들을 만나는 등 인재 영입에 직접 나서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AI 분야의 세계 권위자들과 만나 삼성의 AI 전략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이들과의 자리에서 “더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생각의 한계를 허물고, 미래를 선점해 가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AI 인재 영입과 연구개발에 수조 원을 투자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의 미래’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AI는 제조·금융·건설 등 전방위 산업에서 널리 쓰이게 될 핵심 인프라이다.
AI 기술력 경쟁의 첫 번째 승부처는 AI플랫폼
빅스비, 알렉사 등은 AI스피커로 불리지만 AI플랫폼으로 진화중
그러나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화된 AI는 AI플랫폼이다. 인간같은 AI로봇이나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는 AI등은 미래의 상품이다. 따라서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축적된 AI기술경쟁력은 일단 AI플랫폼를 통해 가시화된다고 볼 수 있다. AI경쟁의 1차적 승부처가 AI스피커라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범위를 좁혀봐도 AI 시장 후발주자인 삼성이 넘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특히 아마존의 음성인식 AI 서비스 알렉사는 2014년 탄생했고, 구글 어시스턴트는 2016년 시장에 공개됐다. 삼성의 음성인식 AI 빅스비는 2017년 초 공개됐다. 빅스비, 알렉사 등은 현재 AI스피커로 불리지만 조만간 거의 모든 전자 제품의 작동을 총지휘하는 AI플랫폼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삼성보다 시장 진입이 빨랐던 아마존과 구글은 세계 AI 시장에서도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세계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AI 스피커 시장 점유율에서 아마존이 21.7%로 1위, 구글이 18.0%로 2위를 차지했다. 바이두(15.8%), 알리바바(14.1%), 샤오미(13.1%), 애플(4.3%)가 뒤를 이었으며, 그 밖의 AI 스피커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들 모두 합쳐 12.0%대를 차지했다. 삼성도 여기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
▶강점◀ 스마트폰 外 삼성전자 전 제품에 빅스비 탑재 가능…빅스비 보급력 넓히는 동력
삼성전자에서는 한 해 약 5억대 가량의 스마트기기가 판매되고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건조기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사용되는 가전제품을 삼성전자에서 판매한다. 가전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아마존 구글과 달리 AI가 활용될 생태계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5억대라는 스마트기기를 통해 빅스비의 보급력을 넓히는 동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플랫폼으로 삼성전자 모든 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홈’ 생태계 구상 중에 있으며, 내년까지 자사 모든 제품에 빅스비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총수의 전폭적인 지원은 선두주자와의 거리를 좁히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삼성은 2017년 미래사업 발굴조직인 삼성리서치 산하 AI 센터를 국내에 개소했다. 이를 시작으로 미국, 영국, 러시아, 캐나다 등 5개국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특히 삼성의 AI 센터의 특징은 AI 영역의 분업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는 ‘온 디바이스 AI’와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AI 연구를 진행한다. 러시아 모스크바 센터는 기계학습을 위한 데이터 생성과 차세대 딥러닝 등 AI 핵심분야를 연구하고, 뉴욕 센터는 로봇 조종 등 미래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울센터는 언어, 이해, 음성처리, 빅데이터 등을 연구하고, 이 외에 각국에 흩어져있는 AI 센터들의 연구를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약점▶ 시장 진입 빨랐던 아마존·구글 넘어야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인공지능 산업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는 AI 음성인식 비서 기술 시장에서 선두주자다. 특히 구글은 더 이상 자사의 어시스턴트 우수성을 알리고, 설득할 필요가 없다. 전자업체들이 구글 어이스턴트를 알아서 탑재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기 때문. 이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이 삼성의 과제이다.
지난해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아담 샤이어 비브랩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후발주자인 삼성 빅스비도 세계 AI 비서시장에서의 기회가 충분하다”라며 “애플 시리는 말을 알아듣는 데 그쳤고, 아마존 알렉사는 특정 앱에 특정 태스크를 해달라고 하는 방식에 그쳤다. 그러나 빅스비는 정교한 시스템으로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된다”라고 말했다.
비브랩스는 애플 시리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로 삼성이 2016년에 인수했다.
미국 IT 기업들이 AI 시장을 장악하는 데 이어 중국의 인공지능 산업이 발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통신원(信通院)에 따르면 중국 AI 산업은 2015년 이후 연평균 54.6% 성장률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 약 112억 위안(한화 약 1조8720억원)에 불과했던 산업 규모는 2018년 약 415억 위안(한화 약 6조9367억원)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AI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 지원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AI 산업 관련 육성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기술연구보다는 기술 응용에 초점을 맞춰 관련 산업 발전을 유도했다.
또 중국 지방정부는 효과적인 AI 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별 맞춤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광둥성은 기초설비, 스마트 제조, 로봇 응용 분야에 집중하고, 베이징은 산학연구 융합 및 기술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상하이는 인재육성, 생태계 조성, 투자 지원 등 기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베이스 오픈과 응용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정부의 정책적 과제=지원정책, 인력 유치 집중
정부도 인공지능 성과 극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인공지능 연구개발 확산을 위해 과기정통부가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공개를 일반인에게 확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올해보다 50% 늘어난 1조7000억원을 AI 분야에 배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인력 유치가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7월 중국 칭화대가 발표한 ‘중국 인공지능 발전보고 2018’에 따르면 한국의 AI 인재는 2664명으로, 1위 미국(2만8536명), 중국(1만82832명)보다 그 수가 월등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AI 인재들을 찾아 나서는 이유다.
특히 박사급 이상의 AI 전문가 수에서도 한국은 미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캐나다 연구기관인 엘리먼트 AI가 집계한 박사급 이상의 AI 전문가 수에서 한국은 170명으로 1만2027명인 미국에 70배 이상 적다. 이에 따라 정부는 AI 분야 지원과 더불어 인력 유치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