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17일 IPO 시작…상반기 순이익 삼성전자 5배 규모
美 전문가들 “아람코 IPO, 사우디 '비전 2030' 위한 투자금 유치”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오는 17일 첫 기업공개(IPO)를 시작한다. 이번 상장은 사우디 리야드 증권거래소에서 진행되며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 참여 비율은 0.5%다.
아람코는 국내 정유사 에쓰오일의 1대주주, 현대오일뱅크의 2대주주기도 하다. 이 세계 최대의 석유 기업이 역사상 처음으로 투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나선 데 대해 전문가들은 ‘탈석유’를 공통적으로 지목했다.
크리스티안 말렉 JP모건 연구원은 지난 6일 미국 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아람코 IPO와 사우디의 산업 다변화 정책을 연결지었다. 그는 “‘비전 2030’과 국가개혁계획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투자를 받기 위해 (사우디)왕국을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왕국은 이를 비석유 부문을 다양화하기 위한 방도로 여긴다”라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패트리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지난 14일 아람코가 ‘비전 2030’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IPO를 실시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사우디의 돈줄이 계속 마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비전 2030 이행에 외부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비전 2030 계획 내놓고 ‘탈석유’ 추진하는 사우디 정부
비전 2030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난 2016년 4월에 발표한 국가 산업구조 개편 목표다. 2015년 기준 GDP의 16%에 그쳤던 비석유 부문 비중을 2030년까지 50%까지 끌어올리고 비석유 부문 정부 수입은 436억 달러에서 6배 수준인 2667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실제로 아람코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파트너 스폰서로 참가한 2019 아부다비 국제석유-가스산업전(ADPIPEC)에서 수소연료 전기차 전시 부스를 열었다.
앞서 6월 18일에는 첫 계획 발표 5개월 만에 사우디 첫 수소충전소를 가동하고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수소연료 충전을 시연하기도 했다.
수소연료 기반 전기차 진영을 이끄는 현대자동차와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나세르 CEO와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 시기였던 지난 6월 26일 수소에너지와 미래차, 탄소섬유소재 등의 공동 개발에 협력하기로 서명했다.
이 밖에도 지난 6일에는 세계은행의 ‘2030 제로 루틴 플레어링’ 이니셔티브(계획)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플레어링이란 생산되지 않고 유출되는 천연가스를 태워서 없애는 행위를 말한다. 이니셔티브는 플레이링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으며 사우디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합류했다.
기업 가치 평가, 애플 2개 합친 ‘2조 달러’ 달성할까
친환경 행보를 위한 아람코 IPO의 성공은 이 회사의 가치가 어느 수준에서 책정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에 자사 가치를 2조 달러로 산정하고 IPO를 추진했던 아람코는 시장의 평가액이 목표치에 들어맞지 않아 IPO를 백지화했던 전력이 있다.
이베스트증권은 지난 13일 내놓은 주간 보고서에서 아람코의 예상 기업 가치를 1조 2500억달러에서 1조 4000억달러 선으로 전망했다. 지난 3일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HSBC 측의 추정 범위는 1조 5900억달러에서 2조 1000억달러 사이다. 올해 10월 기준 시가총액 세계 1위 애플은 1조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만 아람코가 지난 9일 투자설명서에 수록한 1~3분기 누적 순이익에서 이미 공개된 상반기 순이익을 뺀 3분기 순이익은 21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 303억달러 대비 30.03%의 하락을 나타냈다. 기업가치 평가에 회사의 이익과 현금흐름이 반영되는 만큼 일요일에 있을 IPO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