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패러다임 전환]⑥ 5G 통신장비 1위 삼성전자, '특허괴물' 화웨이 넘어야
[이재용의 패러다임 전환]⑥ '특허괴물' 화웨이 넘어야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 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한·미 5G 상용화 선두주자, 歐·中·日도 합류 시동
삼성, 1분기 5G 네트워크 장비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중국 내수시장 쥐고 5G 특허괴물 된 화웨이 넘어야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와 미국 등을 중심으로 5G 통신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기지국 등에 쓰이는 5G 통신장비 시장도 빠르게 확대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세계 최대 통신장비 단일 시장인 중국은 5G 상용화를 선언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40개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5G 시범 서비스를 펴고 있었다. 본래 상용화 시점은 내년이었지만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들어가면서 조기 상용화 계획이 잡혔다.
내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앞둔 일본은 올림픽 전 5G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9월 10일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4월 10일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라쿠텡 모바일 등 통신 4사에 5G 주파수 할당을 끝냈고 이들 4사는 향후 5년간 기지국 구축 등에 3조엔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5G 통신망 구축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올해 안으로 버라이즌은 30개 도시, AT&T는 최소 21개 도시로 5G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4월 12일 미국 정부는 5G 보급을 위한 236억 달러 규모의 펀드 조성 계획도 밝혔던 바 있다.
유럽연합(EU) 분담금 1위 국가인 독일도 5G 도입을 이어나가고 있다. 도이치텔레콤은 지난해 5월 베를린에서 시작해 올해 9월 5일 쾰른·뮌헨·본·다름슈타트에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고 내년 말 20개 대도시로 범위를 넓힌다. 보다폰 역시 내년 말까지 5G 가입자 1000만 명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독일의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8280만 명이다.
▶강점◀ 초기시장 선점 효과로 5G 장비 점유율 단숨에 1위 올라
10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화웨이 '보안이슈'가 상승작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19일 내놓은 ‘5G+실행계획안’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세계 5G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36%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위는 28%의 에릭슨, 3위는 15%의 화웨이, 4위는 14%의 노키아였다.
지난해 전체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에릭손과 화웨이, 노키아가 ‘천하삼분지계’를 이뤘던 때와 대조를 보인다.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로 화웨이가 주춤하는 동안 삼성전자가 우리나라 통신 3사와 미국의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에 5G 장비를 대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부터 고주파수 대역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해 2012년부터 본격적인 5G 통신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이듬해 28GHz 대역에서의 1Gbps 전송속도를, 2015년 이동 중인 이용자를 기지국 간에 '인수인계'하는 핸드오버 기술을, 2017년에는 LTE와 5G의 연동 기술을 완성했다.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일본의 5G 장비 시장에도 진출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지난 10월 31일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일본 2위 통신사 KDDI의 5G 기지국 장비 공급 계약을 언급했다. 오는 2024년까지 수도권 기지국을 구축하는 20억달러 규모 계약이다.
삼성의 일본 5G 시장 진출에 대해 평가원은 “삼성전자는 3G·4G부터 장비 사업자로 참여하며 KDDI와 20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라며 “이 같은 경험과 노하우가 이번 5G 장비 공급업체 선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같은 날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향후 계획에 대해 “네트워크 사업은 국내 5G 커버리지가 확대되고 해외 5G망 증설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5G 상용화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약점▶ 전 세계로 옮겨진 전장…화웨이·노키아 등 기존 강자 넘어야
트럼프가 코너에 몬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최종 경쟁상대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5%에 불과했다. 당시 1위인 에릭슨(29%)의 6분의 1 수준이고 화웨이(26%)의 5분의 1에 조금 못 미친다. 세계 시장에서 전통적인 통신장비 강자들의 입지가 확고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특히 중국이 5G 전국망을 지향하면서 인프라 투자에 나서는 경우 삼성전자의 입지는 중국이 반드시 기존 점유 기업들과 연을 끊어야 할 변수가 나오지 않는 이상 중국 기업인 화웨이나 ZTE에 비해 좁을 수밖에 없다. LTE 시절 중국 인프라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선점한 5G 장비 초기시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당장 우리나라의 전국망 완성 시점이 오는 2022년이고 미국 역시 일부 주요 도시에서만 서비스 중이다. 계속 확대될 미국과 유럽, 일본의 5G 장비 시장에서는 노키아·에릭손을, 중국 시장에서는 화웨이와 ZTE를 넘어야 한다.
코트라는 지난 9월 17일 무역관 보고서에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는 전 세계 30개 국가에서 46건의 5G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으며 10만 개 이상의 5G 기지국을 건설했다”라고 전했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한다 해도 장기간 축적해 온 기술력마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한 점은 또 다른 걸림돌이다. 5G 관련 특허를 중국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시장조사업체 IPlytics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삼성전자의 5G 표준필수특허 보유 건수는 1353건으로 세계 5위에 그쳤다. 1위는 화웨이(2160건), 2위는 노키아(1516건), 3위는 ZTE(1424건) 4위는 LG전자(1359건)다. 표준필수특허는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고는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어려울 정도의 핵심 특허를 가리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를 백도어로 인한 보안성 문제 기업으로 낙인찍으면서 화웨이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의 잠재력은 화웨이가 가장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허괴물' 화웨이가 트럼프의 공세로 코너에 몰렸지만 결국 삼성전자가 5G 시장에서 극복해야 할 대상은 화웨이가 된다는 이야기다.
◆ 정부의 정책적 과제= 6월 수립 5G+전략 차질 없이 이행해야
5G시장 상용화 선도해야 노하우 축적 가능해져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5G+전략위원회’를 개최해 ‘5G+전략 실행계획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수립된 ‘5G+ 전략’에 따른 구체적 사업 계획들이다.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특히 장비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개발 지원과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을 골자로 한다.
5G 장비 분야의 올해 하반기 정책 과제로는 ‘5G 네트워크 장비 얼라이언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사안이 제시됐다. 5G 장비를 공급하는 중소기업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 통신 3사, 장비 및 부품 제조 중소기업, 유관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24일 과기정통부는 ‘5G장비·부품 수요연계 협력TF(융합 얼라이언스)’의 첫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TF에는 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 수요 기업 5곳, 장비·부품 제조사 5곳, 유관기관 전문가 20여 명이 참여해 운영방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이 5G 시장 상용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그 과정에서 쌓이는 노하우와 시스템에 대한 자료 등이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의 기술경쟁력으로 축적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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