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패러다임 전환]⑤ 낸드플래시 선두주자 삼성전자, 생산력-기술력 양대 초격차 집중

정동근 입력 : 2019.11.08 07:12 ㅣ 수정 : 2019.11.08 08:24

낸드플래시 선두주자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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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의 초고용량 2.5인치 SSD U.2 [사진제공=삼성전자]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 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 2분기 글로벌 NAND 시장점유율 34.9%

 

과잉 생산으로 지난해부터 ‘치킨 게임’…올 하반기 진정세

 

시장 수요 회복 따라 기술 경쟁력·수익성 제고 기대

[뉴스투데이=정동근기자]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7년간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다. D램과 달리 이 분야 2위와 3위는 일본 도시바(TMC)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C)로 삼성을 추월하려면 4위인 미국 마이크론까지 가세해야 한다.

 

7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D램익스체인지’ 부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지난해보다 5%p 늘어난 34.9%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2위가 도시바(18.1%), 3위는 웨스턴디지털(14%)이며 SK하이닉스(10.3%)는 5위에 머물러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를 통해 삼성전자가 자체 집계한 지난해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 매출 점유율은 41%로 D램 부문까지 더한 글로벌 메모리 점유율은 43%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31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2TB 이상의 서버용 고용량 SSD 수요 등이 증가하면서 낸드플래시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컨퍼런스 콜에서 “낸드 수요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 지난 분기 가이던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 계약 가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가격 경쟁이 벌어졌다. 가격 하락세는 올해 하반기 들어 진정세를 보였다. 업계가 올해 초 낸드플래시 감산을 결정하고 6월 말에는 일본 지진으로 공급이 위축됐다.

 

특히 PC 및 서버용 SSD와 고사양 휴대전화의 판매가 늘면서 낸드플래시 수요를 끌어올렸고 재고량도 안정화시켰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4분기에는 (낸드플래시) 가격 반등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확대되는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19 2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 순위 [자료=D램익스체인지]

▶강점◀ 6세대 V낸드 양산으로 ‘초격차’ 한걸음 더

SSD와 휴대전화 등 스토리지 수요를 잡기 위해 삼성전자는 수평 면적당 정보 저장 밀도를 높인 6세대 V낸드 플래시메모리를 이미 생산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성능 향상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삼성전자의 수단이다.

 

V낸드는 평면으로 된 플래시메모리 회로를 수직으로 겹쳐 올려 더 많은 데이터를 담는 기술이다. 똑같은 부지에 단독주택 대신 아파트를 짓는 셈이다. 적층 과정에서는 회로 간 간섭현상을 막고 복잡해진 회로 속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6세대 V낸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개발을 마치고 올해 8월 6일 세계 최초로 SSD 양산에 들어간 기술이다. 5세대보다 적층 단수를 136단으로 1.4배 높이고 초고속 설계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성능은 10% 높이고 동작 전압은 15% 절약했다.

 

특히 ‘채널 홀 에칭’ 공법으로 생산력을 높였다. 절연 박막을 미리 쌓아 놓은 후 한 번에 구멍을 뚫은 후 회로를 배치하는 과정이다. 빠른 속도로 높은 단수의 적층 회로를 찍어낼 수 있는 비결이자 삼성전자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 채 단수를 높여 올 수 있었던 열쇠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고성능 V낸드 플래시메모리 생산 확대를 위해 내년 초부터 중국 시안(西安) 2공장을 가동하고 평택 2공장도 내년 중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투자 계획을 세워 도합 38조원가량이 투입된 신규 생산 설비다.

 

이를 바탕으로 4분기부터는 6세대 V낸드 제품으로의 생산라인 전환과 램프업(생산 증대)을 비롯해 품질 수준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4분기 낸드 수요 빗 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는 한자리수 초반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약점▶ 2·3위 주자들의 견제 계속…인텔 ‘판 엎기’도 무시 못 해

삼성에 이어 플래시메모리 점유율을 세계 2위인 도시바는 지난 9월 2일 대만의 저장장치 기업 ‘라이트온’을 약 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SSD 사업 부문을 강화해 점차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계산이다.

 

세계 3위 웨스턴디지털과 합작해 신공장도 건설 중에 있다. 지난 5월에는 일본 이와테 현 기타카미 신공장 투자에 대해 최종 협정을 맺었다. 지난해 9월 완공된 미에현 요카이치 신공장까지 포함하면 약 30조원 규모에 이르는 증설 합작이다.

 

삼성으로부터 반도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되가져간 인텔이 메모리 '판'을 바꾸려는 시도도 무시할 수 없다. 인텔이 개발 중인 차세대 '옵테인' 메모리가 D램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만 충분히 갖추면 낸드플래시까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시장 변화를 조기 센싱할 수 있도록 역량 집중하여 중장기 시황에 탄력적으로 투자 공급 대응을 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4대 평가항목 [표=뉴스투데이 이원갑기자]

정부의 정책적 과제= 메모리반도체 인재 양성 게을리 하지 말아야

우리나라의 올해 9월 낸드플래시 수출액은 4억달러(4638억원)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5.7% 줄었다. 현물가격 기준 64Gb(기가비트) MLC 낸드플래시 가격은 9월 전년 대비 22.15% 떨어진 2달러 39센트(2771원)다.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수출 시장이 호황을 올해 기저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스템반도체가 파운드리 수출 호조세로 역대 최고 수출액을 기록한 반면 메모리반도체 단가가 떨어지고 수요가 둔화되면서 수출 감소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은 상대적으로 수출실적이 떨어지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생태계 조성과 인재 육성 과정에서 메모리반도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강원대, 건국대, 군산대, 금오공과대, 서경대, 숭실대, 울산과기원, 이화여대, 전북대, 중앙대, 청주대, 충북대, 홍익대 등 13개 대학과 협력해 시스템반도체 인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반면 메모리반도체 관련 인력 육성 정책은 발표된 바 없다.

 

우리나라에 비해 반도체 기술력이 3~5년가량 뒤쳐진 중국은 ‘초격차’를 메우기 위해 전방위적인 지원을 펴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1조 위안(170조원)을 투입하는 반도체 자급화가 추진 중에 있다. 지난 6월부터는 2만여 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정부와 베이징대 등 주요 대학이 협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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