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패러다임 전환]④ D램 글로벌 톱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 인텔의 도전 무력화하나

정동근 입력 : 2019.11.04 07:28 ㅣ 수정 : 2019.11.04 07:28

D램 글로벌 톱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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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직원이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삼성전자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47%

 

D램 생산량 역시 시장 기대치 크게 웃돌아

 

5G 스마트폰용 8~12기가바이트 고용량에 기대

 

[뉴스투데이=정동근 기자] 삼성전자의 전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27년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위, 3위 업체의 점유율을 합하면 삼성전자를 겨우 앞설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아직은 쌓여있는 D램 재고를 소진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업계 및 시장조사업체의 분석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4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47%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의 43%보다 4%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톱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후 SK하이닉스(27%), 마이크론(22%) 순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D램 생산 역시 30% 초반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에서 "3분기 계절적 성수기 효과로 전반적인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메모리 반도체의 슈퍼 호황이 끝나면서 D램의 수요는 급감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5G 스마트폰의 용량이 8~12기가바이트로 고용량 모델로 변환하면서 D램 판매는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2020년 5G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 속에 D램 반도체 수요는 안정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대체적이다. 이와 관련 전 부사장은 "메모리 반도체 일부는 기존 전망대로 3분기 정상화됐고, D램 재고는 내년 상반기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9 글로벌 D램 점유율

▶강점◀ 12~16기가 선제 개발로 5G 시장 선점과 초격차 전략 유지

5G 스마트폰이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에 대비해 삼성전자는 최고 속도를 구현하는 12기가비트 LPDDR5(Low Power Double Data Rate 5) 모바일 D램의 양산 체제에 이미 돌입했다. 초격차 전략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를 구축한 LPDDR5 모바일 D램은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약 1.3배 빠르다. 스마트폰에 12기가비트 LPDDR5 모바일 D램을 구현했을 때 풀HD급 영화(3.7GB) 약 12편 용량인 44GB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수요에 맞춰 내년부터 평택캠퍼스 최신 라인에서 차세대 LPDDR5 모바일 D램 본격 양산 체제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기술 개발에 발맞춰 5G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을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12기가비트 LPDDR5 모바일 D램 양산에 이어 향후 용량과 성능을 더욱 높인 16Gb LPDDR5 D램도 선행 개발한다는 계획을 수립해두고 있다. 이를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프리미엄 모바일 시장까지 본격 공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최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12단 3차원 실리콘 관통전극(3D-TSV)' 기술을 업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해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와이어를 이용해 칩을 연결하는 기존 방식(와이어 본딩)과 달리 반도체 칩 상단과 하단에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1 수준에 불과한 미세한 전자 이동통로 6만개를 만들어 연결하는 방식이다.

종이(100㎛)의 절반 이하 두께로 가공한 D램 칩 12개를 쌓아 수직으로 연결하는 고도의 정밀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도체 패키징 기술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고대역폭 메모리에 이를 적용할 경우 기존 8단에서 12단으로 높임으로써 용량도 1.5배 늘릴 수 있다.

기술 개발에 따라 기존 8단 적층 제품(HBM2)과 같은 패키지 두께(720㎛)를 유지하면서도 12개의 D램 칩을 적층할 수 있게 돼 고객사들은 별도의 시스템 디자인 변경 없이도 고성능의 차세대 고용량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약점▶ 인텔의 옵테인 메모리 생산에 대비해야

 

세계 1위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지난달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에서 글로벌 미디어를 대상으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전략을 내놨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최강국인 한국에서 ‘메모리&스토리지 데이’ 행사를 연 것은 처음이다.

 

인텔은 2세대 옵테인 데이터센터 퍼시스턴트 메모리(DCPM)를 미국 뉴멕시코주 리오 랜초 공장에서 생산해 내년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옵테인 메모리는 D램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는 인텔이 그동안 접었던 메모리 사업에 복귀할 것임을 알리는 동시에 D램의 최강자인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의 안방에서 선전포고를 한 셈이라는 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옵테인은 가격과 성능이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만한 수준이라면 D램 시장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의주시 필요성을 언급했다.

 

◆ 정부의 정책적 과제="P램, F램, M램 신소자 개발 독려"

 

올해 10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가량 급감하며 3년9개월만에 최대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보면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 수출이 32.1% 감소해 감소폭이 가장 컸다.

 

D램 등 메모리반도체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이와 관련 "3분기 반도체는 가격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매출은 늘고 있다"며 "D램 (수요) 감소폭도 둔화돼 저점단계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 개선 전망이 밝다고 봐주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키워내는데 초점을 맞춘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기업들의 판로를 트고 투자를 확대해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새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로서 시스템반도체 등에 투자를 집중해야 하지만 현재 먹거리로서 D램 등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 개발 지원 전략을 발표했다.

 

D램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의 공정 한계를 대체할 수 있는 P램, F램, M램 등의 신소자 개발을 독려한다는 내용이다. 기술지원, 시제품제작, 투자, 인력유치까지 일괄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구심점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을 의식해 반도체 R&D에 대한 지원 예산을 삭감해 온 게 사실"이라며 "우수인력과 첨단기술이 모이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장기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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