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리포트] 혁신 과제 안은 현대오일뱅크 강달호 대표의 3가지 신사업 주목
[CEO리포트] 정유업 혁신 과제 안은 현대오일뱅크
정유업계 새로운 먹거리 발굴 주도하는 CEO 강달호
업계 관심 모으는 신사업들…‘종합 에너지 기업’ 재탄생 척도
[뉴스투데이=이원갑 기자] ‘석유화학, 친환경, 플랫폼’ 지난해 기준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이 87%에 달했던 국내 4위 정유기업 현대오일뱅크의 미래 먹거리 키워드다. 널뛰기하는 국제유가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이 회사가 시도하는 변신이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초 정유부문에 ‘올인’된 수입원을 다변화하는 목표를 내놓은 바 있다. 오는 2022년까지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을 45%까지 끌어올리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현대오일뱅크 연결기준 영업이익에서 별도기준(정유부문)을 뺀 나머지는 약 28.49%(727억원)로 지난해 전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현대오일뱅크의 이 같은 포트폴리오 다각화계획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지난해 말 취임한 ‘R&D 야전사령관’ 강달호 대표다. 1985년 당시 극동정유였던 현대오일뱅크에 입사해 엔지니어이자 공장 경영인으로서의 경력을 쌓아왔다.
그의 사업 다양화 전략은 중질유 분해 설비(HPC) 프로젝트, 초저유황선박유(VLSFO) 비중 확대, 주유소 공간 임대 사업 등이다. 특히 HPC 프로젝트는 모기업 현대중공업지주의 권오갑 부회장이 틀을 닦고 강달호 대표가 실행에 옮기고 있는 전략 사업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비중을 대폭 높이는 열쇠가 된다.
‘석유화학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HPC 프로젝트
오는 2021년 가동을 목표로 기획된 HPC는 원유 정제를 하고 남은 가스나 탈황중질유 등을 재처리해 폴리프로필렌이나 폴리에틸렌 등의 플라스틱 제품으로 뽑아내는 석유화학 설비다. 종전까지 이들 수지를 생산하려면 별도로 납사(나프타, Naphtha)를 구입해 원료로 사용해야 했다.
총 투자규모는 2조 7000억원이다. 대산공장 앞 바다를 메워 만든 50만㎡(평방미터) 부지에 건설될 이 공장은 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의 합작법인인 현대케미칼이 투자와 운영 주체가 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로서 HPC에서 사용될 탈황중질유를 공급하고 모기업으로서 이 회사에 대한 증자 등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실질적인 투자 비율이나 향후 자금 조달, 집행 계획 등에 대해 확정될 때 따로 알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올해 세 차례 발행돼 모두 완판된 회사채 역시 “공시된 것처럼 현대오일뱅크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점 외에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자본을 증자할 지, 채권을 발행할 지, 대출을 할 지 대강 계획은 있겠지만 이정도까지 상세한 내용을 공개한 적은 없다”라며 “지난해 최초 발표부터 3년 정도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기 때문에 진행되는 것에 따라 자금 조달계획도 세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조선 불황’ 촉발한 환경규제, VLSFO 확대 계기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2일 새로운 VLSFO 공정을 개발해 국내에서 특허 출원했다고 밝혔다. 기존 고유황선박유(HSFO)에 경유를 혼합하는 공정을 거쳐 VLSFO를 생산할 때 ‘아스팔텐’이라는 불순물이 발생하는데 이를 제거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한 VLSFO 판매 시점은 다음달로 예정됐다.
이날 회사는 에너지 관련 연구 업체 ‘에너지 애스펙트(Energe Aspects)’의 보고서를 인용해 오는 2020년 전 세계 해상연료유 수요인 하루 300만 배럴 중 VLSFO의 점유율이 50%를 넘고 향후에는 3분의 2에해당하는 2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내년부터 선박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VLSFO와 같이 유황이 적게 들어간 상품은 필수 생존 수단이 된 셈이다.
실제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 ‘IMO 2020’을 통해 내년 1월 1일부터 해상에서 사용되는 연료에서 황(Sulphur) 함유 비율이 0.5%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종전까지 이어져오던 황 함유 규정 비율은 3.5%였다.
향후 VLSFO의 출고 비중과 관련해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유사는 주문이 어떻게 들어올 지에 맞춰서 만들어 파는 구조기 때문에 일단은 판매를 해 봐야 알 수 있다”라며 “새로운 공정인 게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진 제품을 시장 상황에 맞춰서 얼마나 더 양산할 수 있느냐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플렉서블(유연)하게 봐 주시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남아도는 주유소 빈 공간으로 돈 버는 ‘플랫폼 사업’도 추진
한편 전국 주유소의 남는 공간을 물류 거점으로 임대해주고 수익을 얻는 사업 아이템도 현실화됐다. 지난 10일 현대오일뱅크는 물류기업 쿠팡과 협약을 맺고 주유소 공간을 쿠팡 ‘로켓배송’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수도권 일부 주유소에서 시작해 시범운영을 한 후 사업 효율성 여부를 분석해 조건을 충족하면 전국 주유소로 확대될 예정이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만 3000개에 달하던 전국의 주유소는 지난해 1만 1000개 수준으로 줄었다. 이들 중 현대오일뱅크가 현재 운영 중인 주유소는 지난해 기준 2308개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주유소 간 경쟁이 깊어지면서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이와 유사한 사업을 경쟁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정유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과 2위 GS칼텍스는 지난해 6월 CJ대한통운과 제휴해 ‘홈픽’ 서비스를 내놓고 전국 주유소를 택배 출입 거점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여유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며 주유소를 가지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한다는 측면에서 (‘홈픽’과) 같은 맥락이다”라며 “우리나라 주유소 사업(모델)이 동일해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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