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강인엽 사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
알은 ‘메모리 반도체’, 아프락사스는 ‘시스템 반도체’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이끌고 있는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지난 23일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2019년 삼성 테크데이’에서 헤르만 헷세의 소설 ‘데미안’의 한 구절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자율주행자동차와 데이터센터용 시스템 반도체라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도전을 강조하는 와중이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새는 탄생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알이라는 기존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알을 깨고 나온 새는 아프락사스(abraxas.희랍신화 속 신)라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고 말한다.
강 사장에게 알은 ‘메모리 반도체’이고 아프락사스는 자율주행자동차와 데이터 센터용 시스템 반도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특히 “데이터센터와 클라이우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0%이지만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5G가 상용화됨에 따라 자율주행차용 시스템 반도체 수요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이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야말로 성장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새 먹거리라는 강 사장의 메시지는 삼성전자의 변화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은 변화의지 강조하지만 경쟁자의 속도 못 따라가?
4대 기업 영업이익률 증감 따져보면 ‘적자생존 순위’ 나타나
이처럼 삼성전자는 변화의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에겐 더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징후가 좋지 않다. 메모리 강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추락하고,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인 인텔과 TSMC는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새로운 적자생존(適者生存)’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실감케 해준다.
오는 31일 실적 확정치를 공시할 예정인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10개 증권사 전망치 평균)은 위태로와 보인다. 영업이익률은 20.1%로 2018년 44.57%에 비해 31.6%가 줄었다. 1분기는 28.5% 2분기는 21.1%였다. 100원어치 팔아서 45원을 벌던 삼성전자의 수익이 1년만에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24일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는 더 심각하다. 2018년 51.5%였던 영업이익률이 7.0%로 추락했다. 1분기는 20.2%였다. 하락속도가 삼성전자보다 훨씬 빠르다.
반도체 분야의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삼성전자에 비해 느린 듯 한 느낌을 주는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시스템 반도체 기업들은 수익성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24일 실적을 발표한 시스템 반도체 1위기업인 인텔은 매출, 영업이익등에서 삼성전자를 완벽하게 추월했다. 영업이익률은 2018년 32.9%에서 0.4% 오른 33.3%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 17일 실적발표를 했다. 영업이익률 36.8%이다. 지난 2018년의 37.2%에 비해 0.4% 감소했을 뿐이다.
이 같은 영업이익률의 증감을 ‘적자생존 지표’라고 가정해보자. 생존확률은 인텔-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순이다.
유일하게 영업이익률 증가한 인텔, 데이터센터 사업이 효자
인텔만이 유일하게 지난 해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 핵심동력은 신사업인 데이터센터 사업이었다. 매출액 192억 달러(22조 4448억원) 중 PC사업은 97억 달러이다. 전년 동기대비 5% 감소한 수치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나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한 데이터센터사업(매출액 64억 달러)의 높은 수익성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밥 스완 최고경영자(CEO)는 “포트폴리오 개선이 성과를 냈고 특히 데이터 중심 비즈니스가 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4월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1위에 오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운드리에 98조원, 팹리스에 35조원을 쏟아 부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상대적으로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비전이 불분명한 편이다.
이 같은 최고경영자(CEO)들의 미묘한 동향 차이는 3분기 영업이익률이라는 적자생존 지표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