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패러다임 전환]② ‘팹리스’에 35조 투자하는 삼성전자, 퀄컴 잡기위한 정책과제는 3가지
‘팹리스’에 35조 투자하는 삼성전자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비즈니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기존의 제조업 기반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인공지능(AI), 플랫폼비즈니스(Platformbusiness), 모빌리티(Mobility),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전선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함으로써 글로벌 공룡기업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대기업 특유의 ‘강력한 총수체제’는 이 같은 대전환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주요 그룹 총수별로 ①패러다임 전환의 현주소, ②해당 기업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③전환 성공을 위한 과제 등 4개 항목을 분석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진단하고 정부의 정책적 과제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편집자>
삼성전자, 2030년까지 팹리스에 30조 원 이상 투자
팰립스는 인텔과 퀄컴이 지배하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두뇌’
투입 비용 대부분은 칩 설계능력 구현하는 인재 양성에
삼성전자 관계자 “팰립스 투자 규모는 가변적”
[뉴스투데이=오세은 기자]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1등’ 목표 달성을 위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뉴스투데이가 삼성측 자료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총 3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발표된 ‘반도체 비전 2030’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입되는 73조 원에서 40조 원은 파운드리, 33조 원은 시스템LSI(팹리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생산인프라에 투입되는 60조 원 중 58조 원은 파운드리 시설로 쓰일 예정이며, 2조 원은 시스템LSI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팹리스에만 35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투자규모는 향후 상황 등에 따라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다”라면서 “팹리스 투자비용은 연구소 설치 및 인력 확보에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팹리스 투입에 수조 원을 쏟는 배경은 팹리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 설계능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구현하는 인재가 중요하다.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란, 제조 설비를 뜻하는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과 리스(less)를 합친 말이다. 팹리스는 반도체 설계만 직접하고 생산은 외부에 맡긴다.
시스템 반도체의 양대시장은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이다. CPU는 인텔이, AP는 퀄컴이 각각 최강자이다.
삼성전자 팹리스 사업, 2014년 글로벌 팹리스 업체 10위 권 밖
2018년 모바일AP 시장 점유율 4위로 껑충, 1위 컬컴 추격중
삼성전자는 일단 AP시장에서 빠르게 퀄컴을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 매출 기준 ‘글로벌 팹리스 업체 10위’권에 삼성전자는 없었다. 당시만 해도 글로벌 팹리스 업체 1~5위에는 미국 업체가 3개에 달했다. 시스템 반도체에서의 팹리스 시장을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것이다.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칩 종류가 2만여 가지가 된다는 것은 팹리스에서 설계하는 반도체가 2만여 가지 이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팹리스 업체마다 주력하는 칩의 종류가 다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AP 시장 규모는 2019년 227억달러에서 2023년 268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 시장의 강자는 퀄컴이다. 지난해 퀄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37%이고, 대만 미디어텍(23.2%), 애플(13.5%), 삼성전자(11.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14년 전세계 팹리스 업체 10위권 밖이었던 삼성은 현재 모바일AP 시장 1위 퀄컴과 맞서는 중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팹리스 업체에서 그려내는 반도체 설계가 굉장히 많다”라며 “예컨대 모바일AP, 이미지센서 등을 구분 지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사는 팹리스, 파운드리, IDM까지 모두 하고 있지만, 사업부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아 구분이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팹리스 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파악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강점◀ 종합반도체기업으로서 설계 전문 인력 확보…팹리스 인력으로 전환 가능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구성하는 파운드리 분야에 전폭적인 투자를 결정했지만, 파운드리만으로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이 팹리스에도 수조 원을 투자하는 이유다.
지난 6월 삼성전자 강인엽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은 신경망처리장치 기술 설명회에서 “팹리스에서도 1위를 하겠다”라고 말했다. 메모리 분야 1위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축적한 노하우 및 자본력을 바탕으로 팹리스 분야의 설계 전문 인력 확보 및 투자 능력 등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팹리스 투자및 인재확보에 메모리분야 IDM으로서 구축해온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큰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약점▶미국이 주도하는 팹리스 시장에서 국내 기업 경쟁력은 낮음
미국이 전 세계 팹리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국내 팹리스 기업 경쟁력은 낮다는 구조적 요인은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꼽힌다.
글로벌 팹리스 톱10 기업의 2014년 매출은 594.9억달러를 기록했으나, 국내 팹리스 톱10 기업의 매출은 10.1억달러로 글로벌 톱10의 1.7%에 불과했다.
더욱이 미국 정부는 퀄컴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국 팹리스 업체 퀄컴을 싱가포르계 반도체 기업인 브로드컴에 내주면 기술 유출에 따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미국 정부는 AP시장 1위인 퀄컴의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퀄컴을 누르려면 미국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측면도 있는 셈이다.
◆정부의 정책적 과제 ①=자동차, 바이오·의료, 첨단 로봇·기계 등 5대 전략 분야서 수요 창출
한국의 전체 수출 비중에서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20%에 달한다. 그러나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정부도 미래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정부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은 경쟁력 있는 파운드리와 팹리스 업체 구축이다. 정부는 먼저 팹리스의 경우 대대적 수요 창출을 통한 성장 기반 마련에 방점을 뒀다.
현재 정부는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빠른시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자동차, 바이오·의료, 에너지, 사물인터넷 가전, 기계·로봇 5대 전략 분야를 선정해 팹리스 업체와 수요기업 간 협력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앞으로 10년 동안 1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책적 목표가 차질없이 수행되도록 하는 게 일차적 과제라는 게 업계의 평가이다.
◆정부의 정책적 과제 ②=정부와 대학의 팹리스 설계인력 양성
4차산업혁명 시대의 최첨단 성장산업인 팹리스 분야에서 우위를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인재 확보'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그런만큼 정부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연세대·고려대에 계약학과를 신설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한편, 시스템 반도체 전공트랙을 통해 학사급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서울대는 인공지능(AI)등을 포함하는 반도체 연합전공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수요에 비해서 여전히 인재공급은 부족한 실정이다.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양성이 대대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집중돼야 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과제 ③=초기 시장 진입·안정화 위해 주 52시간제 완화 필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시스템 반도체가 전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파운드리를 비롯한 팹리스 업체들의 초기 시장 진입 및 안정화가 필요하다. 이에 일각에서는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서 주 52시간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R&D 초기단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한적인 근무시간제도의 틀에 얽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창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팹리스 부문을 근무시간제의 틀에서 자유롭게 하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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