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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랜드가 유통의 미래인 까닭

② 정용진의 소비자주의, 쏘카 이재웅을 벤치마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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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기자
입력 : 2019.05.23 07:00 ㅣ 수정 : 2019.06.21 11:18

'골목상권'논쟁 부른 정용진의 소비자주의

▲ 노브랜드 매장에 식료품들이 진열되어있다. 위에는'브랜드보다 중요한 소비자', '고객을 스마트 컨슈머로 만들자' 등의 슬로건이 게시되어있다. [사진=뉴스투데이]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의 ‘초저가 전략’은 일종의 혁신이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굳어진 유통업계에서의 생존법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주의’라는 철학을 담고 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스타를 기용한 광고를 제작, 살포해 얻어내는 ‘브랜드’가치를 포기하고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하겠다는 실험정신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목상권’ 침해논쟁의 새로운 타깃이 되고 있다. 하지만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그의 ‘노브랜드’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에 해당된다. 양극화시대에 다수의 소비자가 낮은 가격에 고품질의 상품을 구매하는 ‘쾌락’을 얻을 수 있다면, 소수의 동네상인들의 ‘고통’은 감수할만하다. 그 고통은 다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노브랜드 기획을 착안했다. <편집자 주>


 

‘고객의 절약을 위해 투자한다’는 정용진의 ‘소비자주의’

 

광고·홍보 비용 거품 뺀 ‘노브랜드’는 그의 경영철학 대표해

 

액세서리 납품업자, "5000원짜리 물건이 1만원~5만원에 팔려"

 

[뉴스투데이=강이슬/김연주 기자] “고객의 절약을 위해 투자한다(We Invest To Save).”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올해 초 아마존의 철학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의 ‘소비자 주의’가 나온 배경이다. 이는 이마트의 다양한 저가 정책으로 이어졌다. ‘노브랜드’는 이를 가장 대표하는 ‘정용진의 저가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노브랜드의 저가전략은‘브랜드’와 ‘마케팅’에 힘을 뺐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타 제품들의 경우 마케팅 소요 비용, 브랜드 가치를 따져 판매가를 책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다.

 

모 액세서리 납품업체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공장가 5000원대의 동일 물건인데 유명 유통업체 액세서리 브랜드에서는 5만 원에 팔리고, 중소기업에서는 1~2만 원에 팔린다"며 “값을 결정하는 것은 퀄리티가 아니라 브랜드”라고 말했다.

 

한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유사한 성분으로 만든 화장품, 심지어 같은 제조공장에서 나온 화장품도 어떤 브랜드에서 판매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라며 "화장품 원가에서 '용기 값'과 '마케팅 값'은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과격하게 말하면 화장품 사업은 '용기'만 선택하면 제조공장에서 다 만들어준다고도 한다"며 "최근 인기 쇼핑몰이나 인플루언서들이 '명성(브랜드)'만을 이용해 쉽게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패션브랜드 U사는 국내시장 진출 초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몰이를 했으나 톱스타 J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이후에는 가격이 급등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기도 했다.

 

결국, 소비자들이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 비용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구조다. 이런 점에서 노브랜드가 표방하는 ‘소비자 주의’는 주목할 만하다. 소비자들이 가격거품이 없이 합리적 가격대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0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 소상공인대표자협의회 등 지역 중소상인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집회를 열고 이마트 전주 송천·삼천점 개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재웅, 택시업계 이기적 행보에 “죽음을 이익에 이용하지 말라” 일침

 

정용진은 골목상권 논쟁에 소극적 대응, '이재웅 벤치마킹' 지적도

 

'역세권'본뜬 '노세권'이 유행어 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호응 커

 

쏘카 이재웅 대표도 ‘소비자주의’를 내세운다. 이재웅 대표는 “공유경제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사업 철학을 밝혔다. 그가 운영하는 공유경제 플랫폼 ‘타다’도 승차거부 없음, 와이파이 가능, 야간 이용 예약 등으로 기존 택시가 하지 못했거나 소홀했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그간 택시업계가 놓친 고객의 니즈를 공략한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주의’에 택시업계는 위기를 느끼고 있다. 현재 택시업계는 타다 퇴출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과정에서 70대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이재웅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죽음을 이익에 이용하지 말라”며 택시업계를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택시업계가 소비자는 잊은 채 자신들의 이익에 빠져 소통을 거부하고 있는 태도에 거부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21세기의 핵심가치로 소비자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노브랜드를 통해 지향하는 ‘소비자주의’또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크다. 사람들 사이에 '역세권'을 본떠 ‘노세권(노브랜드 이용 가능 지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브랜드의 저가 전략은 매력적으로 통하고 있다.

 

다만 정 부회장이 이 대표보다 부족한 점이 있다. 정 부회장은 자신이 내세운 ‘소비자주의’라는 훌륭한 전략을 홍보하는 데 있어 소극적이다. 평소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기업가임에도 불구하고 ‘정면 돌파’ 스타일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벌가 출신’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도 들린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경영자들에겐 집단 이익, 기득권과 맞서 사회를 설득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웅 대표는 소비자를 뺀 이익집단 간의 타협을 거부해왔다. 이 대표는 택시업계와 모빌리티 업체 간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두고 “국민의 편익보다는 공무원들의 편익만을 생각한 무책임한 정책 추진 방식”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택시업계의 무리한 요구에 강경 대응하는 동시에 서비스 이용자에게 호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정 부회장은 ‘소비자주의’실현을 막는 골목상권과의 투쟁에서 수세적 태도를 보여왔다. 노브랜드 출점에 대한 골목상권의 반대 목소리는 크지만, 이에 대한 정 부회장의 논리적 설득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대표처럼 골목상권의 이기주의를 비판하고, 자신의 ‘소비자주의’철학을 역설한 대목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이 대표와 정 부회장이 처한 정치경제적 상황은 다르다. 하지만 노브랜드의 인기가 높은 상황에서 지점확장이 더딘 까닭은 정부회장의 강력한 사회적 설득전략이 부족한 것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의 사회적 설득노력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다수 여론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직장인 L 모(38) 씨는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준다는 소비자주의를 누가 마다하겠냐”며 “이익집단의 자기 배 채우기식 태도는 더이상 봐줄 수 없다”고 답했다.

 

▲ 타다를 운영하는 이재웅 쏘카 대표는 차량공유서비스라는 혁신에 대한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에 대해 강한 대응을 해왔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그의 원군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공익과 사익의 공존 실현한 ‘노브랜드’

 

소수의 스타등이 독식한 가치를 다수의 소비자에게 분배

 

노브랜드 이용하면 1년 소득에 19.05% 절약 가능

정 부회장의 ‘소비자주의’ 천명은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 아담스미스는 “사익의 총합이 공익이다”라고 말했지만, 실제 공익은 따로 존재하는 측면이 많다.

 

정 부회장의 노브랜드는 신세계 그룹의 '사익'을 추구하는 경제전략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의 이익이라는 '공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경영 철학이다. 노브랜드가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는 데 쓰이는 광고홍보비용의 거품을 제거해 소비자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소수의 스타가 독식하는 가치를 다수에게 분배하는 구조가 노브랜드의 정체성인 것이다.

 

본지가 노브랜드 주요 품목인 우유, 생수, 시리얼, 화장지, 물티슈 금액을 합산할 결과, 각 지역 골목상권의 합산 판매가 평균보다 19.88% 더 저렴했다.

 

이를 바탕으로, 노브랜드에서 식료품과 가사소모품을 구매하면 한 달에 30만4055원이 든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국내 식료품 및 가사소모품 한 달 지출 비용 37만9500원으로, 노브랜드를 이용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한 달에 7만5445원이 절감된다.

 

월평균 식료품 및 가사소모품 비용의 19.8%정도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노브랜드 매장이 국민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대목이다.

 

즉 사회적 약자인 영세상인은 노브랜드로 인해 피해를 본다. 반면에 다수의 소비자는 혜택을 누린다. 이처럼 기업의 이익을 넘어 소비자의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공익적 효과를 내는 만큼, 노브랜드 가맹점 확장에 대한 사회적 설득작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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