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라이프치히 중심의 제조업 토대로 견실한 경제력 뒷받침돼 가능
[뉴스투데이=최기일 국방대 교수] 1990년 10월 3일은 냉전체제 하에서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됐던 독일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된 역사적인 날이다. 독일 현대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도시이자 동서로 분단된 독일 통일의 시발점이 된 곳이 있는데, 바로 라이프치히(Leipzig)이다. 통일을 염원하는 비폭력 평화시위가 라이프치히 아우구스투스 광장에서 촛불집회로 시작돼 전 동독지역으로 번졌고, 한 달 뒤 베를린에서 장벽이 무너졌다.
라이프치히는 독일 통일의 성지(聖地)로 불리며, 자동차·철강·기계·화학·섬유 등 공업 발전과 인쇄 및 출판업의 중심이면서 대문호 괴테(Goethe)를 배출했고, 바흐(Bach)의 음악 도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독일의 통일에는 라이프치히에서 촉발된 비폭력 평화시위 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서독과 동독의 경제력 격차 발생과 독일 경제의 원동력인 제조업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당시 분단된 동독의 작센주 남서부에 위치한 라이프치히는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서독과 동독의 경제 교류가 차츰 진전, 확산되면서 접경지역 주변의 제조업이 활성화되고 교역도 증가했다. 독일이 동서로 분단된 이후 서독에 대한 동독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졌으며, 결국 경제력 격차가 심화되어 통일의 촉매제가 됐다. 즉, 동서로 분단됐던 독일의 통일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견실한 경제력이 뒷받침되어 가능했던 것이다.
20세기말 전 세계의 선진 공업국들에서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전환되는 탈공업화가 진행됐는데, 2008년과 2009년에 연이어 발생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하게 됐고, 미국 정부도 제조업 부활을 위해 신흥국으로 이전한 공장들을 본국으로 회귀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추진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 혁신인 ‘스마트팩토리’ 독일이 처음 접목해
최근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최대 화두는 ‘제조업 혁신’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제조업의 성장력이 둔화되고, 인구 감소와 생산성 저하 등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는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가올 미래의 제조업은 종래 단순한 가공, 조립, 생산하던 것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제조업과 서비스업 업종 간 경계와 영역이 급격히 허물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연결’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제조업 혁신으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 개념에 정부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스마트팩토리는 말 그대로 ‘똑똑한 공장’을 뜻하는데, 인공지능(AI)과 공장자동화(Factory Automation)가 결합되어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에 의해 수요자인 고객 개개인의 요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해당 제품을 적시에 대량으로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다.
이러한 스마트팩토리 실행 개념이 산업 현장에서 구현되면, 작업자가 실수로 놓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이전보다 더욱 신속히 확인하여 공정 개선이 가능하며, 정확성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게 된다. 기존 공장의 종업원들은 생산 및 품질관리 부문에 재배치하여 품질 향상을 높일 수 있으며, 스마트공장의 공정 설계 및 소프트웨어 부문 등에서 보다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미래 제조업의 희망인 스마트팩토리를 처음 접목해 활용한 나라는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다. 독일은 ‘Industry 4.0’ 프로젝트를 통해 아디다스(Adidas), 지멘스(Siemens), 폭스바겐(Volkswagon) 등 자국 내 여러 기업들의 스마트공장 설비 투자를 적극 지원하여 전 세계 제조업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최적의 스마트팩토리 기반 확충과 관련 솔루션(Solution) 개발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 중이며, 우리나라도 정부의 국정운영 과제 지표로서 ‘스마트 선도 산업단지’ 조성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위산업 메카인 창원시, 미래형 스마트 산업단지로 최초 선정돼 주목
정부가 시행하는 스마트 선도 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해 기업 생산성과 근로자 복지를 향상시켜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의 사업으로 지난달 경남 창원시가 최초로 미래형 스마트 산업단지로 선정됐다.
국내 방위산업의 메카(Mecca)이기도 한 창원시는 스마트 산단 조성사업 선정에 따라 2022년까지 매년 정부 재정지원 하에 2천억 원을 투입하고, 수소·항공부품 및 방위산업 분야에는 2026년까지 총 22조 7천억 원을 집중 투자함으로써 고용 17만 명, 생산 10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국가안보와 자주국방의 핵심 근간인 방위산업(Defense Industry)은 기본적으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다. 즉, 전차, 함정, 전투기 이외 각종 군수물자 획득 및 조달에 있어서 제조업이 중심인 것이다. 이러한 방위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 중이며, 스마트팩토리 접목을 통한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스마트팩토리 접목되면 공장 자동화, 경영효율 향상, 표준원가계산 등 가능
방위산업 현장에서 스마트팩토리가 접목되어 활용 시, 생산라인은 공정이 기계화되어 사람 대신 인공지능 로봇(Robot)으로 대체되고, 공장자동화가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공정 개선과 효율성이 향상돼 생산성 및 경영성과도 신장되며, 무기체계 제조 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이 현격히 절감되고 기간도 단축될 수 있다.
방산원가 제도 또한 현재 작업자 중심의 노무비 배부기준에서 재료비 기준으로 변경될 수밖에 없으며, 이른바 ‘표준원가계산(Standard Cost Accounting)’ 도입이 가능하다. 어쩌면, 방산업체의 스마트공장에서 생산 및 제조된 제품에 대해 알파고(Alpha-Go)와 같은 기계학습(Deep Learning) 방식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방산원가를 산정하는 모습도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올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통일 독일의 제조업 육성 정책과 스마트팩토리를 통해서 퀀텀 점프(Quantum Jump)하고, 지속가능한 제조업 혁신과 발전을 도모하여 첨단 방위산업이 다시금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와 방산업계 간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는 때가 도래하고 있다.
국방대학교 교수(방위사업학박사)
건국대학교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
한국국방획득혁신학회 이사
한국국방경영학회 이사
한국방위산업학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