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31.5%, 가계대출 10.6% 증가…총량규제 시행 영향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경기둔화로 자영업자 대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저축은행은 가계대출 영업은 조이는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빠르게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부채와 기업부채 성격을 동시에 지녀 상대적으로 규제가 헐겁다. 가계대출 규제가 심해지고 자영업자의 대출 수요도 증가하면서 규제 회색지대에서 ‘풍선효과’가 현실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작년 4분기 말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13조7103억원이었다. 전분기 말보다 6262억원, 4.8%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들이 내준 가계대출은 23조6860억원이다. 전분기보다 7637억원, 3.3%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 속도는 더욱 가파르다.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은 작년 4분기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5% 급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분기 42.8% △2분기 41.3% △3분기 37.6%로 매 분기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중이다.
반면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작년 4분기에 전년 4분기보다 1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1분기 10.2% △2분기 10.1% △3분기 8.6%로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가계대출 규모 자체가 큰 탓도 있지만, 2016년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32.5%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졌다. 저축은행들은 가계대출 규제가 저축은행까지 확산하자 가계대출을 조였다.
금융당국은 2017년부터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5∼7% 이내로 관리하도록 총량규제를 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저신용자 대출 실행이 어렵게 되면서 저축은행들은 기업대출로 점점 눈을 돌리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에서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대출 수요자도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그쪽으로 알아보고 온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2금융권에 확대 시행돼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한층 까다로워진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일방적으로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방향을 정하면 금융기관이 기업대출 영업으로 쏠리는데 가계대출이 지나치게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적절한 위험 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