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상인 살리려는 정부 방침에 카드사들만 골탕
[뉴스투데이=정우필기자] 카드사들과 연매출액 500억원 이상인 대형업체들간의 수수료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이어 대형마트와 이동통신사, 항공사들도 비슷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여 카드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분쟁은 당분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수수료인상을 놓고 분쟁을 빚었던 카드사 중에서 현대차 조정안을 수용한 회사는 KB국민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NH농협카드, 씨티카드, BC카드 등 6개 카드사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기아차도 KB국민카드, 현대카드, 하나카드, NH농협카드에 이어 BC카드와 수수료율 협상을 마쳤다.
카드사들은 당초 현대기아차 수수료율을 0.05%포인트 정도 인상하기로 했으나 현대기아차가 계약해지 등 강수를 들고 나오자 인상을 포기하고 현대기아차의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8일 전 카드사에 수수료율 1.89%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동차할부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는 빅3인 신한, 삼성, 롯데카드 등 대형카드사들은 현대기아차 조정안에 수용불가 입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11일부터 이들 카드사에 대한 가맹계약을 해지했다. 합의에 실패한 카드사 발행 카드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은 이날부터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때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 없게됐다.
문제는 자동차회사에 이어 대형마트와 이동통신사, 항공사까지 수수료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현재 대형마트와 이동통신 업계에 대해서도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이동통신 업계 역시 카드수수료율 인상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협상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이 대형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에 나선 것은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안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월 영세,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새 개편안으로 카드사들은 연간 5800억원 정도의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을 통해 손해를 어느정도 보전할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첫 시험대인 현대기아차와의 협상에서부터 벽에 막혀 사실상 백기투항을 한 것이다.
대형카드사 관계자는 “연매출액 500억원 이상의 평균 카드수수료는 현재 1.94% 정도이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대기아차에서 보듯 대형가맹점들의 반발이 강해 협상타결이 쉽게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와 이동통신사, 항공사들은 아직 본격 협상에 착수조차 못하고 있지만 이들 업계 역시 카드수수료 인상에 강하게 반발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더욱이 통신사와 대형마트의 경우 카드 결제 비중이 매우 높은데다, 일회성이 아닌 수시결제 방식이어서 분쟁이 길어질 경우 대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