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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김기남 사장의 EUV 승부수, 메모리에서 시스템반도체 주도권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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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영
입력 : 2018.09.11 17:03 ㅣ 수정 : 2018.09.11 17:03

삼성전자 김기남 사장의 EUV 승부수

▲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생산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넘어설 ‘열쇠’로 꼽히는 만큼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욕심내는 장비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EUV 장비를 안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연합뉴스


 
삼성전자, 차세대 반도체 장비 도입으로 미세공정 한계 뚫을까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 생산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미세공정의 한계를 넘어설 ‘열쇠’로 꼽히는 만큼 많은 반도체 업체들이 욕심내는 장비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EUV 장비를 안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EUV 노광장비를 통해 최대 도전 과제 중 하나인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메모리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가 시스템(비메모리)반도체 부문의 파운드리 사업으로 경쟁력을 넓혀 반도체 주도권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과의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EUV 노광장비의 생산성을 실제 사업화가 가능한 단계로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EUV 노광장비는 ASML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기술 한계로 1년에 20대 정도만 생산되고 있다.
 
EUV 노광장비가 중요한 이유는 이 장비를 통해 최근 한계에 부딪힌 반도체 미세공정을 한 차원 더 고도화할 수 있는 ‘퀀텀 점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도체는 쉽게 말해 원재료인 웨이퍼 1개당 얼마나 많은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한 번에 많은 칩을 생산할수록 가격 경쟁력이 커지기 때문. 그래서 반도체 업계는 미세공정 기술로 반도체 칩의 집적도를 높이는 생산성 경쟁을 해 왔다. 그런데 공정 미세화가 거듭되면서, 기존에 사용해 온 노광장비로는 7나노 이하의 미세공정을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EUV 노광장비를 도입하면 이것이 가능해진다. 반도체 생산공정 중 웨이퍼에 빛을 쬐어 회로패턴을 그리는 ‘노광’ 단계는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단계다. 이때 빛의 파장이 짧은 EUV(극자외선)를 이용하면 미세회로를 한 번의 노광으로 만들 수 있어,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가 있다.
 
 
김기남 사장 취임 후 대규모 EUV 투자 단행…인텔은 EUV 공정 도입 연기
 
업계에서는 그러나 연구개발의 어려움으로 EUV 도입에 손을 놓은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본 캐논과 니콘 등에 이어 최근에는 파운드리 시장 2위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가 7나노 공정 개발 자체를 포기했다. 글로벌 최대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미국 인텔 또한 EUV 신공정 도입을 3년 후로 연기한 상태다.
 
반면 삼성전자는 오랜 시간 EUV 노광장비 도입을 준비해 왔다.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의 김기남 DS부문장(대표이사 사장)이 부임한 이후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김 사장은 취임 당시만 해도 검증이 확실치 않았던 EUV 노광장비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를 통해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 세계 최초의 EUV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EUV 장비를 활용해 내년부터 7나노 반도체 대량 양산을 시작, 2020년에는 5나노 공정 개발을 완료해 안정화하겠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이미 7나노 LPP(Low Power Plus) 공정 제품의 시제품 양산을 개시한 상태다. 기존 계획보다도 3개월가량이 빨라졌다. ‘반도체 초격차’를 강조하는 김 사장 특유의 공격적인 기술전략이 성과를 낳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메모리 편중’ 극복하고 ‘파운드리’로 영역 확대 모색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 4위지만 향후 주도권 확보 기대돼
 
김기남 사장이 이처럼 EUV 노광장비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휘하는 이유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메모리 호황기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활황에 힘입어 연일 최고 영업이익을 달성 중이지만, 동시에 업황 변동이 심한 메모리 시장의 특성상 언제 호황이 끝날지 모른다는 ‘고점 논란’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이에 김 사장은 반도체 사업을 시스템반도체 영역으로 확장해 안정적인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 돌파구가 바로 ‘파운드리’ 시장이다. 파운드리는 설계업체(팹리스)로부터 위탁받아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하는 사업을 말한다. IHS마킷에 따르면 2021년까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7.8%로,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을 앞지른다.
 
삼성전자의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그러나 아직 6%대에 머물고 있다. 대만의 TSMC가 지난해 50% 이상 점유율로 글로벌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9.9%)와 대만 UMC(8.2%)가 뒤를 잇는 가운데 삼성전자(6.7%)는 4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시장 확장력이 기대되는 이유는 가파른 기술 성장 때문이다. 특히 업계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가 최근 7나노 공정을 아예 포기한 것이 삼성전자에는 호재가 됐다. 또 삼성전자가 먼저 진출한 TSMC에 비해 외부 고객사 확보라는 과제가 있긴 하지만, 파운드리 공정기술력은 이미 최고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입장이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는 7나노 EUV 공정 양산의 목표 시점을 모두 내년으로 잡고 있다. 업계는 결국 누가 EUV 기술을 선점하느냐가 향후 파운드리 시장의 주도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기남 사장의 공격적인 EUV 투자가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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