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②] 포켓몬GO가 불러온 100조원의 창조경제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포켓몬 GO가 출몰하는 도쿄의 한 카페는 만석
지난달 31일 일요일 오후, 가끔씩 들렀던 이케부쿠로의 카페를 들렀지만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이케부쿠로가 일본의 젊은이들과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곳이더라도 어딘가에는 항상 빈자리가 있던 카페였기에 놀라고 카페 점원이 사과하면서 설명해준 만석이유에 다시 한번 놀랬다. “저희 까페에서 포켓몬이 잘 나타난다는 소문이 퍼져서 요새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님들이 몰려들어 정신이 없다”라고 말하면서 점원은 미안해 했다.
카페에 가면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거나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일상적이라고는 해도 확실히 그 날은 카페 대부분의 손님이 핸드폰에 빨려들어갈 듯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포켓몬 GO의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7월 6일 처음 서비스를 실시한 증강현실(VR) 게임 포켓몬 GO가 이후 유럽을 거쳐 22일 일본에서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게임시장과 사회를 바꿔놓고 있다. 출시하는 모든 국가의 앱스토어에서 1위를 차지하며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이고 포켓몬 GO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다.
포켓몬 GO는 과연 무엇?... 운동인가 게임인가
포켓몬 GO는 증강현실을 이용하여 현실에서 나타나는 포켓몬을 스마트폰을 통해 찾아내고 포획하며 성장해가는 게임으로 나이언틱이라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회사에서 개발하였다. 참고로 나이언틱은 2010년 구글의 사내 스타트업 컴퍼니로 설립되어 2015년 구글로부터 독립하였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유저가 실제로 밖을 돌아다니면서 포켓몬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 있다. GPS를 기반으로 포켓몬이 출현하기 때문에 집안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포켓몬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며 유저간 교류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게임은 집안에 틀어 박혀서 혼자 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뒤집으며 어린 자녀들과 함께 포켓몬을 찾기 위해 산책을 하는 부모들, 자전거와 차를 타고 밖으로 나오는 젊은이들로 거리가 가득 차게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미셸 오바마 영부인이 미국의 아동비만과 운동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거둔 효과보다 포켓몬 GO 출시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포켓몬 GO의 위력...한국 예산 4분의 1 규모 경제효과 기대
일본의 유명한 IT 저널리스트인 미카미 요(三上 洋)는 한 인터뷰에서 “포켓몬 GO는 여름방학기간 동안에만 눈에 보이는 경제효과가 수천억엔에 달하고 보이지 않는 경제효과까지 합친다면 더 거대할 것”이라면서 “80년대의 일본 버블경제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평론가 모리나가 타쿠로(森永 卓郎)는 “총 10조 엔(원화 100조 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되며 이는 정부의 경기대책과 대등한 정도의 파급력이다”라고 분석하였다.
한국의 2016년 국가 총 예산이 387조의 4분의 1을 상회하는 규모이다. 이는 포켓몬 GO라는 게임 1개의 출시로 발생하는 경제효과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수치이다.
실제로 일본 닌텐도는 미국에서 포켓몬 GO 서비스를 시작하고 4일만에 15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고 이후 출시 된 유럽국가들과 일본 내에서도 타 게임들을 압도하는 매출액을 기록하며 ‘포케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하지만 포케노믹스가 일으키는 경제효과는 단순히 매출액만으로는 산출할 수 없다.
다이이치세이메이 경제연구소장인 나가하마 토시히로(永浜 利広)는 “포켓몬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외출을 하면서 교통비와 식사 등의 개인소비가 활성화되는데 이런 개인소비의 증진은 모든 국가정부가 원하는 경제원동력의 근본이 된다”며 “포켓몬 GO는 가게에 손님을 불러오고 지방자치단체가 포켓몬 투어를 기획하며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거리 구석구석을 살려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심지어 한국은 포켓몬 GO의 서비스 대상 국가가 아니며 서비스 예정일정조차도 잡혀있지 않지만 속초 등의 일부지역에 포켓몬이 출몰한다는 사실만으로 고속버스 티켓이 매진되고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는 뉴스를 한번 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이처럼 단 하나의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만들어내는 사회현상과 경제효과를 보고 있자니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다. ‘창조경제’. 과연 우리나라에서 몇 년 전부터 모두가 그토록 외쳐대던 창조경제는 내가 일본에 있기 때문에 못 느끼는 것인지 모두가 못 느끼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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