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수당’ 정치바람 타고 법정으로...서울시와 복지부 정면충돌

이지우 입력 : 2016.08.03 17:41 ㅣ 수정 : 2016.08.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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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완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국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했다. ⓒ뉴시스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서울시가 3일 오전 중으로 ‘청년수당’ 약정서에 동의한 2,831명에게 활동지원금 50만원을 우선 지급했다. 이에 즉시 보건복지부가 시정명령을 내렸다. 
 
청년수당정책이 처음 발표된 11월 이후로 정부와 서울시간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가 보건복지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보건복지부는 직권취소를 단행할 방침이다. 이에 맞서 서울시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복지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청년수당’ 반대 이유는?…중앙정부 복지정책의 실패 겨냥해서?
 
청년수당은 시에 거주하는 만 19~29세 청년을 대상으로 3,000명을 선정해 매월 50만 원의 현금을 최대 6개월 동안 지급하는 제도이다. 모든 청년이 지원 대상자며 장기 미취업 및 저소득층청년이 우선 선발된다.
 
이는 매월 50만 원씩 최장 6개월까지 체크카드 방식으로 현금 지급될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는 현재 청년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한 일자리를 얻게 되고,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취업을 못하게 되고 실업자로 빠지는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판단해 청년수당 지급을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대 청년 144만명 중, 3명 중 1명 꼴인 50만명이 장기미취업, 불안전고용 등 사회안전망 밖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중앙정부에서 시행 중인 고용보장패키지 등 정형화된 프로그램은 청년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냉정한 평가였다.
 
실제로 일부 대학생들은 정부의 고용정책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2조1000억 원을 투입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20대 청년들의 취업실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 정책은 지난달 28일 불거진 ‘이대 사태’를 통해 대학들 ‘돈벌이 사업’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따라서 정부 예산을 서울시는 직접적으로 청년들에게 주자는 것이다.
 
 
국무회의서도 서울시 vs 중앙정부 입장차 ‘팽팽’
 
청년수당 선정 결과 발표 직전인 지난 2일 국무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박 시장과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장관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끝냈다. 박원순 시장은 이에 “절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주장은 이렇다. 청년과 같이 근로능력이 있는 계층은 적극적 구직활동이나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참여를 전제로 지원해야 한다는 고용정책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 구직활동을 벗어난 개인 활동까지 무분별하게 현금을 지급하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복지부와 협의되지 않은 사업은 ‘조정’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협의 기준에 맞지 않아 보건복지부가 부동의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회보장기본법 위법”이라고 강경 대응했다. 또 청년수당이 내용이나 절차 면에서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청년수당’, 법정으로 넘어가나
 
결국 청년수당 사업 논란은 법정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정명령에서 보건복지부는 청년수당 대상자 결정 처분을 즉시 취소할 것을 요구했으며 시정명령 이행 결과는 오는 4일 오전 9시까지 보건복지부에 보고토록 했다.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해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기간을 정해 서면으로 시정할 것을 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시가 4일 오전 9시까지 시정명령 이행결과를 복지부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 보건복지부는 청년수당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취소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직권취소가 내려지면 서울시는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곧바로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지자체장은 취소·정지 처분에 이의가 있다면 처분을 통보받은 지 15일 이내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법정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선 영향 놓고 정치적 득실 계산 난무…진흙탕 싸움 될까 우려
 
박 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은 반년 만이다. 청년수당 시행을 둘러싸고 예고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충돌을 막아보자는 것이긴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과 정부에 각을 세우면서 대선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청년’이 주요 의제로 떠오르며 여권 주요 인사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이제는 대선을 앞두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시각이다. 3일 국회에서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서울시 ‘청년 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을 둘러싼 설전이 여야 및 정부와 야당 간 벌어졌다.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이 문제(청년수당)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으면 더 현실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 서울시에 권고하고 국민에게 보고하는게 우선아니냐”며 “그런 과정은 생략된 채 서울시가 2년에 걸쳐 청년들과 협의한 결과로 만들어낸 개념을 중앙정부가 그렇게 윽박질러 버리는 건 합당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반면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마치 퍼주는 사람은 선인이고 반대하는 사람은 동정심도 없는 냉혈한으로 보는 시각이 가슴 아프다”며 “서울시 부채가 2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아는데 3000명한테 50만원 씩 15억원을 주니까 괜찮다고 할 수는 없다. 원칙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결론은 전혀 여야 입장차가 줄어들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번 사업에 서울시가 칼을 뽑은 이상 철회할 경우 상처는 고스란히 청년들이 받게 된다. 괜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취준생 입장에선 ‘선시행 후검증’ 필요
 
양측이 팽배한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당사자인 청년들은 ‘청년 수당’ 지급을 반기고 있다. 실제로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되는 정부 고용정책보단 효용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따라서 이미 시행한 이상, 선 시행 이후 검증을 하자는 입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절박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서울 거주자인 A씨(28)는 이번 청년 수당에 대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지 1년이 넘었다. 아빠는 26살에 취업이 아니라 알바를 하는 것에 크게 생각 하지 않고 우스갯 소리로 ‘평생 아르바이트만 하고 살거 아니잖니’라고 농담을 하셨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평생 알바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알바를 하지 않고 이 나이에 부모님 돈 받아 취업준비를 할 순 없다. 취업준비를 할 경우 영어학원만 30만원을 훌쩍 넘는다. 현실에서 취준생들의 상황을 살피면 청년 수당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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