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때 젊음은 ‘깡패’, 고령은 ‘죄인’…취업N수생, 중장년층 “한숨만”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뜨거운 폭염에도 얼어붙은 청년들 취업난은 녹을 기미가 안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수록 ‘취업절벽’은 더 가파르다는 소식이다. 따라서 짧게는 1년 이상 걸리는 공무원 시험 응시 기간, 스펙쌓기 등에서 구직자들의 취업 전략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수명이 길어지면서 정년퇴직하고 제2의 직장을 찾는 중장년층 구직자들에게는 더더욱 취업문이 좁아질 것으로 보여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구직자-기업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은 ‘취업에 나이가 중요’ 의견일치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구직자 1,600명을 대상으로 ‘취업 시 구직자의 나이’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는 설문을 실시했다고 1일 밝혔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의 74.4%가 '(젊은)나이가 취업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응답은 성별, 연령과 관계없이 모든 응답군에서 70% 이상의 응답을 얻어냈다.
이는 지난 6월 잡코리아가 지원자의 나이를 보느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인사 담당자 10명 중 7명은 ‘지원자의 나이를 본다’고 답했던 결과와 같았다.
결국 최근 취업시장 분위기상 ‘스펙’도 중요하지만 ‘나이’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나이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성별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전체적으로는 ‘나이가 경쟁력이 된다’고 응답한 구직자의 50.5%가 ‘남녀 모두에게 나이가 경쟁력이 된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남자에게 더 경쟁력이 된다’는 응답이 31.8%로 나타난 반면 여성 구직자들은 ‘남녀 모두에게(45.7%)’를 꼽는 응답보다 ‘여자에게 더 나이가 경쟁력이 된다(48.2%)’를 꼽는 응답이 소폭 더 많았다. 즉, 여성들은 젊을수록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어리면 장땡’…중·장년층도 ‘SNS용어 사용’ 등 ‘젊은체 하기’
25년을 간호사로 근무한 A씨(50)는 “최근 2년간 휴직하고 재취업을 준비하지만 이미 나이가 차서 병원일을 시작하기는 무리가 됐다. 이력서를 넣을 때 나이 때문에 걱정되고, 실제로 면접관이 ‘나이 때문에 일이 힘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털어놨다.
나이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는 구직자들은 ‘이왕이면 나이가 더 어릴수록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별, 연령을 막론하고 모든 응답군에서 ‘한살이라도 어린 쪽이 경쟁력이 있다(83.5%)’고 답한 것이다. ‘한살이라도 많은 쪽이 경쟁력이 있다’는 응답은 16.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구직자들에게 구직활동 중 나이가 자신의 발목을 잡는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를 묻자 66.3%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군별로 살펴보면 40대 구직자의 95.9%, 30대 구직자의 95.8%가 ‘나이가 발목을 잡은 적이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20대에서도 59.9%가 같은 경험을 해봤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남성(61.5%)보다 여성(68.4%)의 응답이 더욱 많았다. 위에 나온 ‘여자는 나이가 경쟁력이다’가 높았던 설문조사 문항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나이가 발목을 잡는다고 느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구직자의 비중은 절반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의 50.0%는 ‘나이는 극복되는 것이 아니다’며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반면 나머지 절반의 응답자들은 나이를 극복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로 인한 핸드캡 극복을 위한 노력 1위로는 ‘전공점수, 각종 경력, 포트폴리오 등 연륜이나 실무능력을 어필(25.2%)’이 있다.
또 ‘젊은 감각을 과시(10.3%)’, ‘더 어려보이도록 스타일 변신(8.9%)’, ‘SNS, 인터넷 용어, 트렌드 등을 익혔다(4.0%)’ 등의 노력이 이어졌다.
특히 30대(35.6%)와 20대(22.8%)는 ‘실무능력 어필’을 나이 극복을 위한 노력 1위에 꼽은 가운데, 40대 구직자는 ‘스타일 변신(27.1%)’이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취업절벽 높아지자, 공무원 시험, 스펙쌓기 등 취준생 계속 늘어나
통계청이 지난달 21일에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국내 청년(15~29세) 취업준비생은 65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월보다 1만9000명이 늘어난 수이다.
또 취업준비생이 준비하는 시험은 ‘일반직 공무원’이 25만 6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수는 1년 전보다 3만 5000명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취준생 중 공무원시험준비생(공시생)이 차지하는 비율도 39.3%로 전년보다 4.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06년 이후 최대치이다. 이후 일반 기업체(21.5%), 기능분야 자격증 등 기타 시험(16.6%)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취업포털 사람인이 자사회원 중 사기업 재직 직장인 1224명을 대상으로 ‘공무원으로 직업 전환 의향’이란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8명이 공무원으로 전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배경에는 100세 시대 도래로 수명은 길어졌지만 반대로 날이 갈수록 경기불황은 더더욱 깊어져 가자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는 것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반 기업 취업보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공무원시험에 많은 구직자들이 계속 모일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중장년층이 취업할 수 있는 방안 모색이 필요해 보인다.
구직자의 79.9% 기업체 이중잣대로 혼란
한편, 구직자의 79.9%는 취업 및 이직과정에서 나이에 대한 이중잣대를 겪어 혼란스러운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직자들이 경험한 나이에 대한 이중잣대(복수응답, 이하 응답률)로는 ‘패기 넘치는 젊은 신입사원을 뽑는다면서 경력이 없는 것을 지적한다(62.8%)’가 1위로 꼽혔다. 2위는 ‘신입사원으로는 나이가 많고 경력사원으로는 자격미달이라고 한다(38.2%)’가, 3위는 ‘뽑을 때는 책임감 있는 나이로 취급하면서 직급 산정에는 어린 축으로 취급한다(23.6%)’가 꼽혔다.
이 밖에도 ‘풍부한 경력과 실무능력을 원한다면서 나이가 많아서 부담스럽다고 한다(18.6%)’, ‘취업하기에는 너무 늙고 창업하기엔 어리다고 한다(16.5%)’, ‘은퇴하기엔 젊다면서 회사에서 일하기엔 나이가 많다고 한다(5.3%)’ 등이 구직자들이 겪는 나이에 대한 이중잣대로 꼽혔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