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 10명중 7명 ‘나에게 일자리를’…삶의 속살은 더 팍팍해

강소슬 입력 : 2016.07.19 15:01 ㅣ 수정 : 2016.07.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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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취업 원하는 이유? 양육비 및 교육비 부담, 생활비 부족, 자아실현 등의 순으로 꼽아

일하지 않는 기혼여성 10명 중 7명은 일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설문조사결과가 나왔다. 가장 큰 이유는 자녀양육, 교육비, 생활비 마련 때문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일 공개한 연구보고서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일하지 않고 집에 있는 기혼여성(4천790명)의 70.2%가 향후 취업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15~49세 기혼여성 1만 1009명을 대상으로 삼아 실시됐다.

비취업 기혼여성은 취업하려는 이유로 ‘자녀양육 및 교육비 부담 때문’(35.7%)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특히, 자녀 성장으로 양육비 부담이 점점 커지는 30대 연령층에서 자녀양육 및 교육비 부담 때문에 취업하고 싶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어 ‘남편 수입으로는 생활비 부족’(24.0%), ‘자아실현’(21.4%), ‘노후대책’(7.2%), ‘본인의 경제적 독립’(4.6%),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답답해서’(4.3%), ‘현재 돈을 버는 사람이 없어서’(2.3%) 등의 순이었다.

비취업 기혼여성의 향후 취업 희망 시기는 ‘자녀 초등학교 입학 시기’(27.2%), ‘자녀의 성장단계와 무관하게’(25.4%), ‘자녀의 중학교 진학 후’(13.2%), ‘자녀가 어린이집에 갈 때’(12.3%), ‘자녀가 유치원 갈 때’(8.2%),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 후’(5.4%), ‘자녀의 대학진학 후’(5.0%) 등의 순이었다.

연령이 낮을수록, 고학력층일수록, 자녀수가 적을수록,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취업 의사는 상대적으로 더 강했다.

비 취업 기혼여성과 마찬가지로 현재 이미 일하고 있는 취업 기혼여성도 주로 생활비와 자녀의 양육·교육비를 충당하고자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중인 기혼여성(15~49세) 6천 21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이유로 ‘남편 수입만으로는 생활비 부족’(32.7%), ‘자녀양육·교육비 부담’(22.3%), ‘자아실현’(19.1%), ‘본인 외 소득 없음’(9.2%), ‘노후대책’(7.0%), ‘본인의 경제적 독립’(4.9%),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답답해서’(3.8%) 등의 순으로 답했다.


현실 속의 기혼 여성은 팍팍한 삶과 일하지 못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려

현실 속 기혼여성의 삶은 이 같은 통계수치보다 더 팍팍한 것으로 보인다. 34세의 기혼 여성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결혼 전 신랑이 결혼하면 일 당장 그만두고 고생하지 말라고 했었는데 결혼 후에 변했다”고 호소했다.

남편이 “아이 출산하고 돈 들어갈 곳이 많아지니 이제는 주변에 ‘여자들이 일하면서 가꿔야지’, ‘누구 부인은 한 달에 얼마 번다더라’ 같은 워킹맘들 이야기를 하면서 은근히 일터로 나가라는 압력을 가한다는 얘기였다.

그녀는 남편의 달라진 태도에 서운하면서도 팍팍한 살림살이를 따져보면 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결국 일해야 하는데 일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이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육아부담 큰 주부 등에 적합한 맞춤형 일자리 공급 정책 절실

38세 주부 A씨는 “금융권에서 일하다 출산 후 육아휴직을 받고 육아에 전념하다 둘째를 갖게 되면서 2년 전 퇴직했다”며,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외벌이 하는 남편 수입으로는 생활비가 너무 부족했다”고 이야기 했다.

이어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전 시간에 일을 해보려 했지만, 전업주부에게 일자리를 주는 곳이 드물었고 면접을 보러 가면 대부분 ‘아이가 아프면 어떻게 할꺼냐’, ‘아기엄마들은 사정을 봐줘야 해서 피곤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따라서 육아 부담이 큰 젊은 기혼 여성들은 파트타임 일거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여성을 위한 일자리 시장은 공급자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의 부족과 미성숙한 여성노동 시장이 기혼여성의 삶을 옥죄고 있는 것이다.

39세의 기혼 여성 B씨는 “정부가 장기적으로 여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맞벌이를 통해 교육비와 생활비를 해결해야 하는 사회현실 속에서 저출산 현상은 가파르게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 기혼여성들의 생활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저출산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 중의 하나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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