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공심이’를 꿈꿔라

이지우 입력 : 2016.07.15 13:42 ㅣ 수정 : 2016.07.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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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미녀공심이' 방송화면 캡처 ⓒ미녀공심이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엄청나게 섹시한 몸매와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섹시녀 주재분(오현경 분)과 천재적 두뇌를 가진 뇌섹남 공혁(우현 분)이 결혼했다. 예쁜 얼굴과 똑똑한 두뇌를 가진 이들의 만남은 그 유전자부터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첫째는 성공적(?)이었다. 첫째는 유명 로펌 소속 변호사 공미(서효림 분)였다. 하지만 둘째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공미는 드라마 속 이야기 냄새가 물씬 나는 데 비해 둘째인 공심(민아 분)은 현실 속 우리 모습을 쏙 빼닮았다.

드라마 ‘미녀공심이’가 최종화를 앞두고 있다. 1화에서 시작된 공심의 ‘탈모’는 사라졌을까. 아마 최종화에서는 사라졌을 듯하다. ‘미녀공심이’의 시작은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시작됐으나 지난 16화에 공심이가 원하는 디자인 관련 회사에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극 중 공심이(민아 분)는 취업스트레스로 인해 탈모를 겪고 있다. 때문에 가발을 쓰고 등장한다. ⓒ미녀공심이

청년 탈모, ‘취업’ 때문에 생기고 ‘결혼’까지 어려워져

‘미녀공심이’의 주인공 공심이는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탈모를 겪고 있는 캐릭터이다. 여주인공은 예쁘고 특별할 거란 옛날식 드라마 캐릭터를 깨는 공심이는 현실적이다.

지난 2월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2009~2013) 탈모 진료인원을 분석한 결과, 20~30대 탈모증 환자 비율이 전체 탈모 환자의 43.9%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탈모 환자 인원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20-30대가 차지한 것이다. 더 이상 탈모는 중장년층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렇게 청년들이 탈모 위험에 노출된 계기에 대해 두피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취업’과 ‘결혼’ 등의 스트레스에서 시작된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탈모 때문에 목표로 세운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그 스트레스에 따른 탈모가 더 악화되는 등 악순환 고리가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취업에 탈모를 겪고 그 탈모로 인해 결혼까지 힘든 셈이다.
 
포털사이트에 ‘청년 탈모’를 검색하면 수많은 청년들이 탈모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갤럽이 2013년 말에 조사한 설문에서 탈모 청년의 63.6%가 대인관계에 부담을 느끼고, 41.9%는 이성을 만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7.8%는 탈모로 모든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형 탈모로 고민하고 있는 취준생 A씨(26)는 “처음에는 탈모라고 생각 못했다. 하지만 뒤늦게 탈모라고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병원 치료를 받자니 경제적인 여유가 되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로 겨우 용돈을 버는데 병원 치료는 생각도 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회사 면접 때 다른 지원자보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거 같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취업 준비와 알바를 하다보니 ‘연애’는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취업 후 연애’라는 생각을 갖다보니 대학 졸업 후 연애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거기다 탈모까지 생기니 더더욱 힘들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탈모와 사회 생활에서 겪은 각종 수모 속에서도 공심이는 자신을 사랑하고 스스로 당당해져 '사랑'도 '취업'도 다 잡게 됐다. ⓒ미녀공심이


취업에 실패했다고 낙오자 인가?…청년들, 갖은 수모·탈모에도 당당하라
 
‘미녀공심이’ 애청자 B씨(28)는 “미녀공심이를 보는 이유는 다른 드라마처럼 재미를 위해 보는 것과 다르다. 다른 드라마처럼 마음 졸이며 보기보단 오히려 공심이에게 위로받는 기분 때문이다. 담담한 드라마 분위기가 현실적이고, (공심과 같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당당해지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바닥으로 치솟는 취업난에 많은 청년들의 자존감도 함께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미녀공심이’는 공심이를 통해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에게 “취업에 떨어져도 ‘당당함’과 ‘자존감’ 가져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극 중 공심이는 우리들과 닮았다. 24살의 꽃다운 나이에 대학은 졸업했지만, 취업은 안 된다. 거기다 언니는 예쁜 외모와 명석한 두뇌로 유명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공심은 집에서 쫓겨 옥탑방 신세가 되기도 하고 가장 외모에 예민할 나이에 원형탈모까지 겪는다.
 
하지만 공심이는 착하고 열정적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공심은 극 초반 주유소 알바를 하면서 취준생인 자신을 다독여왔다. 알바를 하다 돈 많은 사모님에게 갑질도 당하고 비서직에 합격했다가 얼마 못가 부당해고까지 당한다.

또 고깃집 알바부터 제주도 화훼하우스 등 다양한 일을 시도하지만 사기꾼 사장 때문에 월급도 못 받기도 한다. 갑질, 부당해고, 월급 미지급 등 최근 사회적 이슈를 끌어온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럼에도 공심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주유소를 찾아 알바를 시작했다.
 
공심은 두 남자의 사랑 구애에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거부했다. 계속 포기하지 않고 탈모에 가발을 쓰고 자신을 다독이며 사랑한 공심은 결국 최종화를 앞두고 취업에 성공하고 안단테와의 사랑까지 얻게 됐다. 
 
‘미녀공심이’는 20부작으로 막을 내린다. 우리들이 당면한 문제는 변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취업에 상처입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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