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보육', ‘비정규직 주부’ 를 사각지대로 내모나

박희정 입력 : 2016.06.30 16:22 ㅣ 수정 : 2016.06.3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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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맞춤형 보육 시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여유있는 맞벌이 가정을 가난한 비정규직 주부 가정보다 우대?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정부가 대다수 전업주부와 어린이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7월 1일부터 ‘맞춤형 보육’을 시행하기로 했다. 단 36개월 미만의 자녀 2명을 둔 홑벌이 가정도 ‘종일반’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실시될 경우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맞벌이 가정을 가난한 비정규직 주부 가정보다 우대하는 모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맞춤형 보육’ 시행을 하루 앞둔 30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학부모들의 양육 부담을 추가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하루 12시간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종일반 기준을 36개월 미만의 2자녀를 가진 홑벌이 가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3자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맞춤반을 이용해야 했던 전업주부 가정은 구제됐다.


정부의 ‘당근’제시로 전국의 어린이집들은 찬성으로 선회 중

정 장관은 또 맞춤반의 기본 보육료를 삭감하는 당초 방안을 철회하고 지난해 대비 6% 인상해 종일반과 같은 수준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인상분을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보완책은 수입감소를 우려하는 전국의 어린이집을 겨냥한 회유책의 성격이다.

정진엽 장관은 “이번 기준 완화안과 임신 등 자연적인 증가분을 고려하면 연말쯤에는 종일반 비율이 80%가 될 것”이라면 “그럴 경우 어린이집 보육료 수입은 지난해보다 평균 5.6%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에 따라 맞춤형 보육제도에 격렬하게 반대하던 주요어린이집 3개 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한국가정어린이집연합회,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등의 기세는 누그러졌다. 당초 공언했던 파업의지를 철회하고 ‘찬성’ 의사를 밝혔다.


취업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저소득 맞벌이 가구는 ‘종일반’ 사각지대

그러나 가계 형편이 어려워 비정규직 등에 취업상태이지만 그 입증이 어려운 전업주부들은 여전히 사각지대라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의 맞춤형 보육제도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과 36개월 미만의 두 자녀를 둔 홑벌이 가정은 어린이집의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종일반은 12시간 동안 자녀를 돌봐준다.

반면에 일반적인 전업주부 가정은 맞춤반을 선택해야 한다. 맞춤반은 하루 6시간 이하동안만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한다. 그럴 경우 오전 9시 자녀를 어린이 집에 맡긴 후 오후 3시 이전에 자녀를 데리고 나와야 한다.

그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서민 가정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시간제 근로자, 자영업자 등은 취업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경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일수록 주부가 비정규직 등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정규직 여성은 정규직 여성보다 근무시간 조정도 어렵고 퇴근 시간이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규직 여성은 맞벌이 가정이라는 조건을 충족해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에 비정규직 여성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맞춤반’이라도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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