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채용박람회] ① SKY출신 중년부터 80대 노인까지 구직 열망

강이슬 기자 입력 : 2016.06.07 15:09 ㅣ 수정 : 2016.06.0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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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16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에서 중장년층 구직자들이 기업의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강이슬 기자]

 

중·장년만 뽑아서 서러운 80대 노인 ..."나도 팔팔해요"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최고 61세까지만 채용한대요. 36년생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네요.”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2016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주관: 서울강남고용노동자청,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찾은 A씨는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올해로 81세인 그가 구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40년 이상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했다. 아직도 일하는 데는 지장이 없으나 ‘나이’의 벽에 부딪혀 퇴직했다. 그 뒤로 2년간 새 근무지를 찾고 있지만 언제나 아쉬운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는 “80대라도 아직 팔팔하게 일할 수 있어요. 오히려 오래 일해서 더 잘할 수 있죠. 오늘도 혹시나 해서 나와봤는데, 역시나 헛걸음 했네요”라며 씁쓸한 입맛을 다졌다.

 

이어 그는 “나이 많은 사람은 집에서 쉬고, 젊은 사람들한테 일자리를 주겠다고 하는데. 사실 틀린 말은 아니죠. 그래도 80대도 일하고 싶어요. 그래야 살 수 있거든요”라고 덧붙였다.

 

마케팅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알만한 무역회사에서 20년 이상 근무했던 50대 B씨도 제2의 직장을 찾기 위해 박람회장을 찾았다. 그는 잘나가던 회사생활을 뒤로하고 자신의 사업체를 꾸렸지만 잘 되지 않아 다시 취업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다시 채용준비를 하려니 막막하긴 하다. 그래도 무역업에 대한 경력과 자부심으로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길 바란다"며 스스로 용기를 북돋았다.

 

A씨와 B씨처럼 직장을 찾기 위한 희망으로 ‘중장년 채용박람회’를 찾은 지원자로 북적거렸다. ‘중장년 채용박람회’는 45개 기업이 참가하는 현장박람회와 15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동시에 개최한다.

 

박람회에는 ▲수출기업관, ▲일반기업관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일자리 컨설팅관 ▲일자리 정보관 ▲사진촬영관 등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더불어 강연회, 수출기업 채용설명회, 일자리 컨설팅 등 구직자의 취업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취업정보를 제공한다.

 

한국무역협회 일자리지원센터 측은 “중장년 전문인력의 취업지원과 중소기업의 전문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컨설팅을 받고 있다. [사진=강이슬 기자]

 

SKY 출신 중.장년 구직자들 눈길...'다시 시작하자' 각오 적기도

온라인 채용박람회에도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층의 이력서가 200개 이상 등록됐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구직자들이 적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온갖 고생 끝에 명문대를 졸업해도 중.장년이 되면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게 차가운 현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제출한 이력서에는 ‘초심에서 다시 시작하자’, ‘포기할 수 없는 가장의 소망이 있기에 귀사에 지원합니다’, ‘절 필요로 할 분 꼭 계실 겁니다’,‘세상에 나가고 싶은 일꾼’ 등 중장년층의 포부를 보여주는 이력서들도 눈에 띈다. 

  

다양한 채용 정보를 얻기 위해 박람회장을 찾은 구직자도 많다. 벽에 붙은 기업들의 채용정보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인터넷‧모바일 활용이 활발한 청년층과 달리 어디서 어떻게 정보를 얻을지 막막한 구직자들이 박람회장을 찾았다.

 

박람회에 참가한 50대 C씨는 “박람회를 통해 당장 일을 구하면 더없이 좋지만, 사실 오늘은 채용 정보를 얻어가려고 왔다. 기업들이 원하는 채용 조건 등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중장년층 채용의 가장 큰 장점은 ‘경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좀 알아주시고 중장년층 채용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중·장년층, 3D업종 두드리기보다는 전문성 살리는 게 유리

생애설계연구소 서동오 소장은 "퇴직 후 재취업에 도전하는 중장년층 시장은 한마디로 '전쟁터'다"며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3D업종을 두드려보지만, 기업들도 두려워한다. 특히나 경력도 많고 직급도 높았던 사람일수록 대우에 대해 부담스러워 오히려 젊은 사람의 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장년층의 최대 노하우인 '전문성'을 내세워야 한다"며 "'무엇이든 시켜주세요'가 아닌, 나만이 할 수 있고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채용에 관한 정보는 많지만, 기업에 관한 정보는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다. 무역업 채용을 희망하는 60대 D씨는 “구직자들이 기업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며 “중장년층 구직자도 자신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의 비전이나 매출액, 자산규모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업이 원하는 구직자 정보만 나올 뿐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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