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⑬] ‘알파고’ 이세돌과 대결서 4승 1패로 최종승리→ ‘오메가고’ 되나

정진용 입력 : 2016.03.15 18:18 ㅣ 수정 : 2016.03.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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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대표 이세돌 9단이 15일 제5국에서 인공지능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최종 바둑대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방송화면캡처]


(뉴스투데이=정진용 기자) 1996년 IBM 슈퍼컴퓨터인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 챔피언 그랜드마스터인 가리 카스파로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자 세계는 깜짝 놀랐다. 카스파로프는 체스 천재로 불리며 최연소 나이(당시 22세)에 세계챔피언에 올라 15년간 챔피언 타이틀을 유지한 인물이다.

그런 체스의 신을 IBM 슈퍼컴퓨터가 꺾자 사람들은 놀라움과 함께 IBM의 쾌거에 찬사를 보냈다. IBM은 내친 김에 2011년에도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을 TV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 출연시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2016년 3월 구글의 딥마인드(DeepMind)가 내놓은 알파고가 세기의 바둑대결에서 인류대표 이세돌 9단과 5번 승부를 펼쳐 총 4승1패로 승리했다. 이9단은 15일 오후 광화문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5국에서 불계패 당했다.


충격의 차원이 다른 딥블루와 알파고의 對인간 승리

IBM의 딥블루와 구글의 알파고 모두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는데, 당시와 다르게 알파고의 승리에 두려움을 갖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딥블루와 알파고의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딥블루는 오로지 체스만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딥블루는 적게는 10수에서 많게는 120수에 달하는 체스 움직임을 계산하고 게임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알파고 역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둑게임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처음을 뜻하는 알파(Alpha)와 바둑을 뜻하는 고(Go)의 합성어다. 최초의 바둑게임용 프로그램이란 의미다.


바둑 이외의 다른 분야 학습도 가능한 알파고의 진화 주목

그러나 그 적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알파고는 기계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된 최초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창시자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신경과학자 출신이다. 하사비스는 “강력한 목표 기반의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알파고 스스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사비스의 설명에 따르면 알파고는 학습을 통해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알파고는 실제로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 알고리즘과 인간 뇌가 작동하는 신경망을 본떠 만든 '심층 신경망' 기술을 결합해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은 경우의 수를 나무 구조로 병렬 배치해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돕는 알고리즘이다. 심층 신경망은 다음번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는 '정책망'과 돌을 놓았을 때 승자를 예측하는 '가치망'으로 구성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알파고는 처음에는 주어진 데이터로만 반응했다가 '딥러닝'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하는 능력까지 갖추게 됐다.

알파고의 승리가 가져온 충격은 이세돌 9단 같은 초고수 바둑기사를 물리쳤다는 점이 아니라 바둑 같이 복잡한 게임에서 스스로의 판단과 추론을 동원해 이길 수 있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하사비스는 지난 11일 대전 유성구 KAIST를 방문해 가진 강연에서 “인공지능(AI)이 여러 분야의 과학, 의학 등에 쓰여져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더 빨리 견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사비스가 단순히 바둑게임을 겨냥해 알파고를 만든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네살박이 수준의 사람지능을 지닌 알파고가 무서운 이유

네이처지에 따르면 알파고의 현재 지능수준은 인간으로 치면 네살박이 아이에 해당한다. 연산기능은 바둑같이 복잡한 경우의 수를 분당 10만수를 계산할 정도의 슈퍼컴퓨터이지만 연산을 제외하면 그렇게 뛰어난 지능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알파고가 무서운 것은 발전가능성 때문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한 후에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딥마인드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이에 대해 하사비스는 스마트폰, 의료, 로봇산업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환경, 기아, 질병 같은 인간세계의 진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딥마인드의 종사자 수는 100여명에 달한다. 그 가운데 알파고 개발인력은 십 수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인력은 다른 인공지능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사비스는 ‘더 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5년 혹은 10년뒤에는 딥마인드가 스마트폰이나 의료 등 더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응용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알파고에서 얻은 경험들은 다른 인공지능 분야에 적용하게 될 것”이라며 “학습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추론을 통해 가장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우리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처음’을 뜻하는 ‘알파고’가 ‘마지막’을 의미하는 ‘오메가고’로 변신?

실제로 딥마인드는 이미 영국정부와 국가의료서비스 분야에서 파트너쉽을 맺었다. 인간세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 해결에 인공지능 회사가 직접 뛰어든 것이다. 딥마인드는 문제해결을 위해 구글이 갖고 있는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구글은 검색엔진 분야 세계 1위다. 구글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분량의 데이터가 저장돼 있다. 이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의미있는 빅데이타가 나올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분석과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가장 논리적인 해답을 내놓을 것으로 딥마인드는 기대하고 있다.

마치 바둑에서 초고수 바둑기사를 물리치는 ‘신의 한수’를 두듯이 딥마인드가 인류세계의 각종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때가 되면 딥마인드의 인공지능은 처음을 뜻하는 ‘알파’고가 아니라, 마지막을 뜻하는 ‘오메가’고 같은 '진정한 괴물'로 변신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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