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⑩] 바둑종주국 중국, 이세돌 한수마다 관심
세계랭킹1위 커제, 이세돌 첫승후 자신감, 5국도 이세돌 승리 전망
구리 9단 "이세돌 신의 한수가 전세 역전시켜" 평가
"바둑을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뉴스투데이/충칭특파원=강병구 기자) 이세돌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은 뜨겁다. 4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바둑의 본고장이자 종주국답게 매 대국마다 지대한 관심을 보내고 있다.
중국에선 이번 경기를 ‘인간기계대전(人机大战)’으로 칭하며 연일 핫뉴스로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한국내 보도가 이세돌의 향한 응원과 안타까움을 대표된다면 이곳 중국의 보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알파고를 맞아 분투하고 있는 이세돌을 한결 여유롭게 바라보고 있는듯하다.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전을 중국에선 어떻게 봤을까. 이번 대전을 통해 나온 ‘말말말’들을 살펴보자.
■ 4국 해설자로 나선 커제, 이세돌 4국서 승리하자 "알파고, 나에게 도전하라"
현 세계랭킹 1위 커제9단은 13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4국 해설자로 나섰다. 커제는 마침내 이9단이 첫 승리를 따내자 “오늘 승리로 더 이상 알파고를 두려워만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고 중국 언론은 보도했다.
커제 9단은 “알파고가 오늘 무기력했다”며 "이세돌이 마지막판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커제9단은 이날 대국 해설중 “컴퓨터에 일부 ‘버그’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알파고의 능력, 특히 계산 능력을 모두가 높이 평가했지만 한계가 노출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이번 첫 승리로 나 역시 알파고를 이길 자신감이 더 생겼다. 알파고는 내게 도전할 자격이 아직 안 된다”고 말했다.
커제의 이같은 논평은 12일 알파고가 3연승을 거둔 직후와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것이다. 커제는 지난 9일 1국 직후에 웨이보에 “알파고가 이세돌은 이겼지만 나를 이길 순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이세돌이 알파고에 3연속 패배를 당하자 “알파고가 약간 두렵다. 같은 조건이면 나도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 바 있다.
커제는 알파고와의 대결을 가정하고 대국 전략을 살짝 보여주었다.
그는 “만약 정말 내가 알파고와 대국을 치른다면, 난 아주 상세한 전략을 짤 것이며 알파고의 모든 단점을 연구할 것이다. 또한 이전과는 다른 수를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알파고와의 승부에 대해 “만약 알파고가 나를 초청해 대결을 벌인다면 정말 진지하게 임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커제는 알파고가 도전을 청해오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알파고가 인류에게 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보기 힘든 일이 아닌가. 내가 되든 이세돌이 되든 아니면 다른 기사가 되든 꼭 이기길 바란다”며 “이번 대국을 통해 알파고의 약점을 볼 수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 “커제도 이기기는 힘들 것”…구리 9단, 이세돌 격려한 '바둑 성인' 니에웨이핑
충칭의 아들이자 한국바둑의 영원한 라이벌인 구리(古力) 9단은 4국을 지켜본뒤 “이세돌이 신의 한 수를 둬서 전세를 역전시켰다”며 “이번 승리는 이세돌 자신은 물론이고 인류의 체면을 지킨 승리”라고 밝혔다고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온라인 사이트 환구망(環球網)이 보도했다.
구리9단은 12일 3국 직후에는 “현재의 커제가 다른 기사들 보다 강하기는 하지만 역시 이기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창호와 우칭위안이 모두 당시 바둑의 새로운 개념을 창조했듯이 알파고 역시 새로운 사고방식을 개척했다”고 말하며, “알파고의 33번째 수는 생각하기 어려운 수였다. 프로기사들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리 9단은 "한 명으로는 알파고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최소 5명의 9단은 있어야 한다. 오늘 알파고의 대국을 봤을 때 절정기의 이창호 9단과 현대 바둑의 창시자로 존경받는 우칭위안도 모두 알파고를 이긴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자신의 관전평을 내놓았다.
이밖에도 이세돌의 5대0 승리를 예견했던 중국 ‘바둑의 성인’ 니에웨이핑(聂卫平)은 체력과 심리 자체가 없는 알파고에게 패배한 이세돌을 격려하며 “알파고는 절대 솜씨가 좋은 게 아니다. 다만 알파고는 온갖 좋지 않은 잔꾀를 부리며 자신의 패를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 중국 바둑계,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바둑 포함”주장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 3국이 끝난 직후 위에양망은 지난 12일 보도를 통해 알파고의 최종 승리는 니에웨이핑(聂卫平)과 구리 9단, 인류최강 세계랭킹 1위 커제를 모두 경악에 빠뜨렸다고 전하며, 프로 4단이자 청년작가로 유명한 장이이(张一一)의 이색적인 제안을 보도했다.
장이이는 “중국에서 탄생한 바둑은 4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을뿐더러 중국의 국수중 하나다. 하지만 인류를 대표해서 알파고와 붙은 사람은 한국의 이세돌이다. 전 세계에 바둑의 조상은 중국임을 알리고 중국 기사가 인류대표의 자격을 갖게 하기 위해선 반드시 바둑을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둑은 초등학생들에게 지능을 계발시켜줄 일종의 게임이 될 것이며, 중국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드높이는데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현재 적지 않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네티즌들은 컴퓨터 게임에 빠져 시력저하, 집중력부족 등 건강손상을 입는 어린 학생들의 증가를 억제 시킬 것이며 지능을 향상 시킬 것이라고 위에양망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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