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국회 경제 쟁점] ① 공매도 규제 자본시장법 개정안, ‘개미 눈물’ 닦아줄까

정승원 기자 입력 : 2016.02.19 13:41 ㅣ 수정 : 2016.02.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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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주식시장 불안을 틈타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늘어난 가운데 공매도를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출처=방송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오는 9월부터 공매도를 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앞으로 누가, 얼마나 공매도를 했는지 알 수 있도록 공시를 해야 한다. 공시기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발행주식의 0.5% 이상이 유력시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8일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국회는 오는 23일 본회의를 열어 관련법을 표결에 부친다.

개미들 눈물 흘리게 한 공매도 세력 타격 입을까

개인투자자(일명 개미)들은 그동안 주가하락의 주범인 공매도 제도를 없애달라고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호소했다. 공매도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빌려 매도를 하고 일정기간 안에 다시 매도한 물량을 매입해 주식을 돌려주는 제도다. 주로 외국인과 기관들이 연기금 등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시세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지속적으로 파는 바람에 주가하락을 유발, 개미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최근 공매도가 급증해 개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들이 연기금 등에서 빌린 대차거래 주식 수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대차거래 주식은 22억3514만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대차거래란 연기금 등이 주식이 필요한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보유 주식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대차거래가 모두 공매도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대차거래 주식 수가 급증했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대기물량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코스닥시장 대차거래 주식 수는 6억7118만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목별로는 카카오(115만주)와 셀트리온(108만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도 민원이 폭주했던 공매도 현황을 파악하고 불공정거래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12년 8월 공매도 잔고 보고제도를 도입했다. 상장주식 공매도 물량이 발행주식의 0.01%를 넘을 경우, 공매도 투자자가 금감원에 인적사항과 공매도 잔고비율 등을 보고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근거규정이 없고, 위반해도 제재할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공매도 강화방안이 논의됐지만 2012년 11월부터 7차례에 걸쳐 국회 법안심사소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2년째 표류해왔다. 7전8기 끝에 개정안이 정무위를 통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9월부터 보고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개미와 기관 모두 불만

개인투자자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에 반가움 보다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공매도 세력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규제가 아니라 아예 공매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이버 주식토론방과 팍스넷 등 게시판에는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공매도 때문에 수년간 (코스피가) 2000 언저리에 머무는 한국증시, 법으로 금지만 시키면 쭉쭉 올라간다”(newc****) “국민연금 납부거부운동에 앞장서야 한다”(spri****) “국민연금이 악의 축이다”(puto****) 등 공매도와 공매도를 돕는 국민연금에 대한 성토 일색이다.

주식투자경력 21년차의 전업투자가 김성래(52)씨는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은 정보력에서 앞설 수 밖에 없는 외국인과 기관에게는 총을 쥐어주고,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단검을 준채 싸움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현재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도 할 수는 있지만 정보력과 담보에 관한 적격심사를 따지면 사실상 개인투자자들은 참여할 수 없는 불공정 게임이라는 주장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거래가 없는 증권회사로 계좌를 옮기는 ‘계좌이동운동’을 통해 공매도를 뿌리뽑자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아예 주식대여 서비스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이동하는 것이 공매도를 막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덕분에 대여서비스를 하지 않는 K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특히 공매도 세력의 집중타깃이 되고 있는 셀트리온 주주들은 이들 증권사로 5000억~8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KB투자증권이 3500억원, LIG투자증권이 1000억원, 유진투자증권이 500억원 가량을 각각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관이나 외국인투자자들 역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투자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발행주식의 0.5% 이상 혹은 그 이하에서 공시기준이 결정되면 공매도가 많은 헤지펀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도 엄연한 투자기법 중 하나”라며 “어떤 주식을 공매도 했는지 일일이 보고한다면 적에게 투자전략을 완전히 노출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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