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신] 홍콩의 사라진 서점 주인들…그들의 행방은?
(뉴스투데이/충칭특파원=강병구 기자) 중국 당국의 무서운 검열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2월 말 사이 홍콩섬의 통루완(銅鑼灣·코즈웨이베이)에 있는 코즈웨이베이 서점 관계자 5명이 연쇄 실종돼 지금까지 그 행방이 묘연했다.
실종 이후 홍콩 시민사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며 중국 대륙을 제외한 세간의 이목을 받았으나 지난 18일 홍콩 경찰은 중국 광둥성 공안국으로부터 실종된 코즈웨이베이서점 주주 리보가 중국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서면 답변을 받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대체 홍콩의 이 서점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제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책’ 때문이었다. 문제의 ‘책’은 바로 주로 중국 본토 최고 지도자들의 ‘내막’을 들춰 비판하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홍콩은 대륙과는 완전히 다르게 언론과 출판계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이 되는 편이다. 때문에 대륙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비판과 같은 상상초월 수위의 기사와 서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코즈웨이베이 서점이 내놓은 책은 중국 지도자들의 부패와 성생활의 내막 등을 다룬 고발성 책들이 주류를 이룬다. 『2017년 시진핑의 몰락』, 『톈진(天津)의 핵폭발』처럼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긁어놓기에 충분히 도발적인 책들이다.
코즈웨이베이 서점은 3명이 공동 소유한 ‘쥐류(巨流)미디어’라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데, 이 회사 공동 사주 가운데 2명과 직원 2명, 그리고 또 한 명 공동사주의 남편이자 이 회사 편집장까지 모두 5명이 실종된 것이다.
실종된 사람 가운데 가장 먼저 소식이 끊긴 사람은 10월 15일 태국 휴양지 파타야에서 휴가 중 사라진 작가 겸 공동사주 ‘구이민하이’(桂民海)다. 이어 공동사주이자 거류미디어 대표인 ‘류보’(吕波), 사업부장 ‘청지핑’(张志平), 서점 점장 ‘람윙케이’(林荣基) 세 사람이 10월 20~26일 홍콩에 면한 광둥성 선전(深圳)에서 출장 중 각각 따로 실종됐다.
가장 최근에 사라진 사람은 편집장 리보(李波)다. 그의 부인이 홍콩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리보는 12월 30일 퉁루완(코즈웨이베이)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홍콩섬 차이완에 있는 창고를 살피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식이 사회에 알려지자 지난 2014년 홍콩의 가을을 노란 우산으로 뒤덮으며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준바 있는 홍콩 시민사회가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즉각 시민들은 실종사건이 발생한 코즈웨이베이 서점 주변에서 중국 정부와 경찰에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일에는 비판적인 책을 판매하는 홍콩 서점 관계자들의 잇따른 실종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시위대 6천여 명(주최 측 추산)은 이날 '정치적 납치 반대' 등의 구호와 함께 실종자 5명의 석방을 중국 당국에 요구하는 도심 행진을 벌였다. 일부 참가자들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바닥에 놓고 짓밟으며 중국을 규탄했다.
홍콩은 그동안 1997년 홍콩 반환 이래 덩샤오핑의 ‘일국양제’(하나의 국가에 두 개의 제도, 즉 영국에 홍콩을 반환받으며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해 홍콩의 붕괴를 막으려 했던 덩샤오핑의 지략) 방침에 따라 중국 정부의 검열로부터 굉장히 자유로웠다.
하지만 2014년 노란우산혁명을 발단으로 행정장관 선거에 이어 표현의 자유 영역마저 중국 당국에 침범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 홍콩 시민사회의 가장 큰 우려로 번지고 있다.
한편, 현재 쥐류미디어 소속의 코즈웨이베이 서점엔 문제가 된 서적은 모두 사라진 상태며, 홍콩 시민이자 심천에서 기자로 활동중인 정(郑)씨에 따르면, 사복 경찰이 서점 주변에 대기하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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