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꿈과 희망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넌버벌 퍼포먼스, 펀타지쇼

백수원 입력 : 2011.12.02 13:00 ㅣ 수정 : 2011.12.09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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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혁필 [사진=컬쳐게이트]

(뉴스투데이=백수원 기자) 당신의 꿈은 지금 어디까지 왔습니까?

어렸을 때는 꿈도 많았다. 선생님 의사 간호사 피아니스트 디자이너 대통령 장군 과학자 등 누구나 크고 듬직한 꿈을 가진 채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초등학교 시간에 발표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꿈의 크기와 나이가 반비례하듯 어른이 되면서 현실이란 울타리 안에 갇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꿈’이 아닌 ‘생활’을 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 어른들을 위해, 어렸을 때 잠시 잊고 지냈던 ‘꿈’을 찾게 해 주는 작품이 있다.

잠시 잠들었던 내 안의 꿈을 두드리고 아이들에게 꿈과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넌버벌 퍼포먼스 형식의 공연 ‘펀타지쇼(Fun TASY Show)'가 그것. 개그맨 임혁필이 연출자이자 샌드아티스트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기도 한 작품이다.

오늘 하루는 복잡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잠시 시간 여행을 하는 건 어떨까.

마술·버블·마임·그림자 쇼·샌드애니매이션까지 90분간 쉴새없는 화려판 퍼포먼스  지금부터 펼쳐진다.

암전이 되면서 스크린을 통해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 품에 있는 모습,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 학교에 입학하고 어느새 성장해 군인이 된 모습 등 일련의 성장 과정이 담긴 사진이 주욱 지나간다.

“당신의 꿈은 어디까지 왔습니까”란 자막이 나오면서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무대에는 일상에 지친 샐러리맨 임혁필이 등장해 자신의 애환을 독백하며 스르륵 잠이 든다. 그는 꿈속에서 어린 시절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게 되고, 그 속에서 어린 시절에 동경하던 환상의 퍼포먼스를 만나게 되는데….

제일 먼저 마술사의 등장. 마술사는 손짓 하나로 작은 테이블을 공중에 올라가게 하더니 이내 객석으로 날아올 것처럼 짜릿함을 선사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붕붕 뜨는 물건에 관객들의 눈은 그의 손끝 하나하나를 따라가고 있다.


▲ '펀타지쇼' 공연 스틸 컷 [사진=컬쳐게이트]

특히 손에 있던 물건이 순식간에 꽃으로 변하기도 하고 새로 변하면서는 한 마리였던 새가 두 마리, 세 마리로 새장에 꽉 채워지면서 객석은 탄성을 내기 여념이 없다. 소극장 안에 관객들은 오롯이 무대에 집중하고 행여라도 마술사의 손과 표정을 놓칠세라 등에 의자를 편하게 기대고 앉아볼 시간이 없다. 이렇게 소극장의 매력은 바로 관객과 무대 위 배우들이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는 점.

마술에 ‘어떤 속임수는 없을까’란 어른들의 의심에 눈이 이리저리 따라가지만, 좀처럼 알 수 없이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현란한 손놀림의 카드마술에 정신을 쏙 빼놓더니 한 명의 관객을 무대로 불러 직접 마술을 보여주는 특별 이벤트도 있다.

▲ '펀타지쇼' 스틸 컷 [사진=컬쳐게이트]

어렸을 때 동네 문방구에서 사서 가지고 놀았던 비눗방울을 기억하는가. ‘후’ 불면 퐁퐁 비눗방울이 여기저기 공중에 만들어지면서 꿈도 방울방울 만들어질 것만 같았던 기억들. 그 기억을 살리려는 듯 화려한 버블쇼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거품이 날아오르면서 오묘한 방울의 조합은 하나의 아트와 다름없다. 방울 안에 방울이 들어가 있고 여러 가지 방울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 착각에 빠지게 하면서 ‘버블’의 진가를 발휘한다.

퍼포먼스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가끔 광대가 중간 중간 코믹한 무언극을 선사하고 버블쇼와는 비교되는 작은 방울을 날려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다른 광대는 입안에서 그리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이리저리 여러 개의 공이 쏟아져 나오게 하기도 하는가 하면 관객이 반응이 없다 싶으면 주머니에 있던 꽃가루를 자신에게 뿌리는 시니컬한 모습에 폭소를 자아낸다. 마임 퍼포먼스는 얼굴에 표정을 한가득 실은 연기자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펀타지쇼’는 어린 시절에 동경하던 환상의 퍼포먼스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풀고 있다. 이어 어린 시절 방 벽면에 들어오는 햇빛으로 자신의 손을 벽에 비추면서 그림자를 만들어봤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자놀이가 이어진다. 조명 하나로 스크린을 통해 두 배우가 손으로 늑대 강아지 여우 기린 새 커플 등 수 많은 동물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그림자 퍼포먼스는 ‘손으로 저렇게까지 만들 수 있구나’ 감탄케 했다. 이내 나도 모르게 내 손이 스크린에 나오는 손을 따라 하려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와~’ ‘오~’ ‘꺅’ 관객들의 뜨거운 리액션과 함께 박수도 흘러나온다.

특히나 공연 중간마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모습은 어른들에게 행복마저 전해준다. 이렇게 한바탕 재미와 신기한 마술이 지나갈 무렵, 임혁필이 다시 무대에 서며 자신의 꿈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눈물이 주르륵 날 만큼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내 꿈, 내가 가진 꿈은 뭐였을까’ 꿈에 대한 생각도, 어릴 때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도 오버랩처럼 스쳐 지나간다.

▲ 임혁필 샌드애니매이션 [사진=컬쳐게이트]


공연의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임혁필이 샌드애니매이션을 펼친다.임혁필이 샌드애니매이션 맛보기로 ‘낙지’ ‘박준형’ 등을 실물과 똑같이 그리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하더니 본격적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표현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리면서 모래로 수없이 지우고 덧붙이고 또 지우면서 ‘삶’에 대한 진한 의미를 부여해준다. 이렇게 감동과 여운을 던져주면서 공연은 마무리된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 임혁필이 관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면서 “방송에 안 보인다고 노는 줄 알았죠? 보시다시피 열심히 공연 만들고 있었습니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임혁필을 비롯해 김학영, 서동희 마술사, 도광록, 손승훈 뮤지컬배우 총 5명이 펼치는 펀타지쇼(Fun TASY Show). 주인공의 꿈을 찾아주려는 듯 마술사와 광대들이 나와 마술 퍼포먼스, 버블 퍼포먼스, 마임, 코믹연기, 그림자 공연까지. 종합선물세트처럼 스토리에 맞게 펼쳐지는 공연은 90분간 쉴새 없이 쏟아진다.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주면서 웃음에 대한 또 삶에 대한 진한 향기를 부여해준다. 공연장에서 아이들이 마구 웃어도 전혀 소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그 웃음이 ‘행복’을 일깨워주는 공연, 일상에 ‘활력’이 필요한 당신들이라면 ‘Fun TASY Show’에서 잠시 잃어버렸던 꿈 찾기는 어떨까. 동심도 깨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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